아나스타시아:(어색하게 한적한 주변을 둘러보다가 작게 헛기침하듯 말문을 튼다.) ... 맛있는 냄새가 나는구나, 이른 아침인데도.
포텐티아:(언제나처럼 그랬듯, 아나스타시아의 옆에서 꼿꼿이 자세를 편 채로 서 있다가... 말을 먼저 걸어오자 아주 살짝! 고개를 기울이곤 대답했다) 그렇습니까. 분명... 아침 식사 시간 전에 준비해두는 모양이겠죠.
아나스타시아:네 말이 맞겠지. (걸음을 떼며 여러 편의시설이 가득한 주변을 둘러보던 시선을 떼고 네 쪽으로는 한 번의 눈길도 주지 않고 다소곳한 자세로 맛있는 냄새가 나오던 식당가 앞에 선다.) 배는 안 고프니.
포텐티아:아직은 괜찮습니다. (대화 사이사이 한 틈의 공백도 허락하지 않으려는 것처럼... 딱딱 각 잡힌 대답을 이어갔다. 식당가 앞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이내 자신도 발걸음을 몇 번 옮겨가며 그를 따라잡았다) 혹시 시장하시다면... 따로 직원들에게 말해 미리 준비를 해놓겠끔 하겠습니다.
아나스타시아:그렇게까지... (말끝이 흐려진다. 문이 닫혀 있는 식당 앞에서 문을 노려보더니 얼마 안 가 손을 살살 휘저으며 괜찮다는 양 표한다) 놀러 온 것도 아니잖니, 그럴 필요 없단다. (맛있는 냄새를 지우려 부러 신은 구둣소리를 내며 다시 상점가를 지나친다) 모처럼인데 ... 구경이라도 하렴, 내내 내 옆에서 멀뚱히 서 있을 거니.
포텐티아:... 예. (눈을 두어 번 끔뻑이며 사무적인 대답을 뱉었다. 또각거리는 구둣발 소리에 맞추어 제 보폭을 조절해가며, 시선을 아나스타시아에게만 고정한 채로 걷다가...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구경... 말씀이십니까. (어쩌면... 곁에서 계속 따라붙는게 걸리적거린다고 생각하는걸까, 싶기도 하고.) 알겠습니다. 그럼... (그 말과 함께 계속 이어가던 발걸음을 멈추었고, 고개를 틀어 상점가를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었다.)
(.........................) (뭐, 뭘 해야하지.)
아나스타시아:그래 구경. (건조한 투로 뭘 당연할 걸 묻냐는 양 그러곤 그림자처럼 따라오던 발소리가 사라지자 점차 생겨가는 간극을 신경 쓰지 않고 마저 걸음을 잇는다. 최소 열 보 정도 걸음이 차이 났을 때서야 돌아본 뒤에선 멀뚱히 서 있는 네가 보여 절로 터질 뻔한 가벼운 헛웃음을 삼키고.) ... 너, (하마터면 이름을 읊을 뻔한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하고 싶은 것도 없는 거니. (그 긴 간극에서 물었다.)
포텐티아:(그렇지만... 포텐티아 자신은 그렇게나 능동적인 사람은 아직 아니었다. 특히나 제 주군인 아나스타시아의 앞에서는 더더욱.) 하고 싶은 것... 음... 죄송합니다. 그게, 네. (괜스레 제 뒷목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더니... 멀찍히 서 있는 아나스타시아를 바라보더니...) ... 이런 곳에 와본 적 자체가 드물어서 말이죠.
아나스타시아:... 아, 그랬지. (멀찍하게 멀어진 것을 보고는 그 간극을 채울 생각도 못했다. 치마주름을 움켜쥔 손이 꾹 쥐었다가, 풀렸다가 그러길 반복하면서 나온 건 작은 조소였다.) 너는 바보 같을 정도로 나를 쫓아다녔으니까. (반걸음 간극을 줄였다.) 노는 법조차 모르는 게 당연하겠지. ... 따라오렴, 다니다보면 네가 하고 싶은 것도 생기겠지.
포텐티아:(... 어쩐지 부끄러워졌다.) ... 예, 그러지요. (거리를 조금씩 좁혀오는것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괜스레 약간은 붉어진 제 표정이 티가 나지 않기를 바라며.) 안내 해주신다면 과분히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행인:... ... 어어, 거기 비켜요~!
(빨간 작업복을 입은 행인, 무언가 급한 듯 아주 급히 뛰어가다가, 포텐티아를 어깨로 밀칩니다!)
포텐티아:ㅡ 엇. (슬쩍 밀리자 그만!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넘어지지 않으려 한 것이... 결국엔 제 앞에 아나스타시아를 반사적으로 껴안은 꼴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길이 넓은데, 조심히 다니십시오! (지나가는 행인을 향해 한 번 외쳐보다가.........)
행인2:얘도 참. 왜 이렇게 정신을 빼놓고 다녀! 정말 죄송해요!(제 옆에 친구를 가볍게 타박하고는, 포텐티아와 아나스타시아 두 사람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친구와 함께 총총 사라집니다.)
아나스타시아:... 어, (반박자 늦게 반응하며 품에 안기자 드물게 당황한 눈동자가 정신없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외치는 목소리가 멍멍하게 들려 무슨 반응을 할지 몰라 허공을 방황한 손이 얼떨결에 네 허리를 잡고는 살짝 도닥인다.) ... 괜찮니. (퍽 당황한 목소리를 가리려 애쓰며 열 오를 것 같은 낯을 어깨에 파묻는다.)
.... 아, 이럴수가. (깨닫자마자 급히 품에서 아나스타시아를 놓아버리고는 체감상 5걸음은 뒤로 빠졌다.) 죄, 죄송합니다.그만 실례를... (그 표정은 자신이 한 행동을 뒤늦게 알아차려 은은하게 붉어져있기도 했고, 같은 이유로 약간의 공포가 서려있기도 했다. 요약하자면... 내가 무슨 짓을! 정도일까.)
아나스타시아:... ... (예상못할 건 아닌 반응에 얌전히 품에서 떨어지자 조금 구겨진 옷깃을 문지른다.) 내가 널 잡아먹기라도 하니. (약간의 공포가 자리잡은 표정을 보자 낯빛 하나 바뀌지 않고 부러 평소대로 딱딱한 투로 말하곤 손을 내민다.) 잡으렴, 또 그런 일이 일어나면 어쩌려고.
포텐티아:(........ 아.) (어쩐지 꼬리를 내린 강아지 같은 꼴이 되어서는... 제 주인의 표정을 열심히 눈으로 읽어내렸건만, 뒤늦게 제 붉어진 뺨을 꽤 큼직한 손으로 슬 가렸다가 금방 손을 내린 채 좀 머뭇대다 그 손을 잡았다.) ... 감사합니다. 예. ... 명심하지요.
아나스타시아:(혼이 난 강아지 같은 표정에 일순 손으로 네 앞머리를 넘겨주려다가, 거기까지 가지 못한 손이 허공에 멈추고 떨어진다. 맞잡은 손을 내려다본 시선이 다른 쪽으로 향했다. 잡은 손가락을 움직여 남몰래 네 손가락을 살짝 만져보기도 하면서.) 그래, ... 여기 근처에 점집이 유명하다고 하더구나. 가보는 건 어떻니. 물어볼 건 무엇이 좋을까 ... ... (아무래도 좋을 말을 뱉으며 마저 걸음을 뗀다.) ... 아, 우리의 미래에 대해서라거나. (네 쪽을 돌아보곤 작게 조소한다.)
포텐티아:원하신다면, 전 뭐든 좋습니다. (.....) (우리의 미래라... 눈을 느릿하게 끔뻑이며 아나스타시아의 조소를 가만히 응시했다.) (... 그래도 굳이 점을 볼 필요가 있을까, 내가 당신의 새로운 미래를 무슨 일이 있더라도 개척해줄텐데. 나는 그러기 위해서 새로이 당신의 기사가 되었으니.)
아나스타시아:재미도 없지. (단출하고 의지 하나 없는 대답에 흥이 식은 건지 빈 손을 젓곤 고개를 돌려버린다.) 미래를 안다고 해서 무언가가 바뀌는 건 없지 않겠니. 단순한 유흥거리지만 ... (맞잡은 손을 괜스레 꾹 힘을 줘 잡는다.) 네 미래에도 내가 있는지 궁금하구나. 그 허황된 꿈을 정말로 이룰 수 있는지 말이야. (잠시 침묵한다.) ... 괜한 걸 물었지, 신경 쓰지 마렴. 넌 그냥 그날처럼 못 본 척하면 된단다.
포텐티아:(그 날처럼....) (굳이 거기서 더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내 입에서 나오는 모든 해명은 당신에겐 그저 번명으로 들릴거라 알고 있었기에. 추하게 이런 상황에서 혀가 길어지는 사람으로 비춰지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예, ... 죄송합니다. (여러가지 의미가 내포된 짧막한 사과를 뱉으며, 고개를 슬 내리자 자연스레 시야에는 힘을 들여 제 손을 붙잡은 아나스타시아의 손이 들어왔다.)
칼코스:아침, 아무도 없는
온천 편의시설의 지하의 주점
작은 상처 / 둘의 비밀 / 쇠사슬
칼코스:
K.K:(딩가딩가, 기타를 치고 있습니다.)
칼코스:(신장 33cm의 네이버, 칼코스는 로즈에게 안겨있다. 이 아침부터 기념품점에 가겠다니, 어딘가 불안해져서 따라올 수 밖에 없었어... )
삐빅- 저기, 로즈... 여기 기념품점으로 가는 길 맞아?
(갈수록 사람이 없어지는 복도, 뭔가 심상치 않아.)
로즈:(뭔가 가면 갈수록 점점 이상해지는 것 같긴 했지만 ... .... 그렇다고 돌아가는 길이 생각나는 건 아니라서, 결국 꿋꿋하게 이리저리 왔다갔다 했지만 결론이 ...) 그으, ... (괜스레 품에 안은 칼코스를 꼭 끌어안으며 불안하게 주위를 휙휙 둘러보면서도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아, 아마도 ... ...?
칼코스:아마도?
로즈:아, 아마 ... ........... (우뚝) 아닌 것 같아 ... 어떡하지 칼? 우리 길을 잃었나봐 ...!
칼코스:삐- (네트워크에 접속해서 제가 늘 들고 있는 스크린에 간략한 지도를 띄워 로즈에게 보여준다. 마침 근처의 방 안쪽에 누군가 있는 것 같다. )
... 근처에 누군가 있는 것 같은데, 여기 아닐까? (둥근 손으로 방을 가리킨다.)
로즈:으음, (띄워준 지도를 보고 방 쪽을 본다.) 여기인가 ... ? (방을 두 번 정도 두드려보고는 조심히 문을 열며 고개를 빼꼼 내민다.) 시, 실례합니다 ... (원래 기념품점이 이렇게 생겼었나?)
칼코스:(예민한 마이크에 들려오는 기타소리에 고개를 흔들거린다)
음악소리네. 기념품점이 맞는 것 같지?
로즈:앗,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하며 쭈뼛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으, 으응. 기념품점 같네. 아, 다트도 있어 칼! (신기한 듯 손가락으로 다트판을 가리킨다.) 이것도 파는 걸까?
칼코스:(눈을 동그랗게 뜰 수는 없어, 눈의 라이트를 깜빡거린다.) 오락거리가 있는 걸 보면...
기념품점이 맞는 것 같아, 걱정했는데 잘 찾아왔네. 로즈! (제가 들고 있는 스크린에는 왠일이야 라는 본심이 써있다.)
로즈:(스크린을 보지 못하고 침울한 얼굴에 화색이 띤다.) 다행이다! 뭘 사가는 게 좋을까? 혹시 몰라서 용돈도 많이 가져왔으니까 ... 엄마한테 기념품 사주고 싶은데 ... (살만한 게 있는지 두리번두리번 거리다가) 칼은 뭘 사면 좋겠어?
칼코스:어머니의 선물이라면... (스크린을 빙글빙글 돌리다가) 어른들이 좋아하는 게 좋겠지?
(이어서 가게에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고개를 두리번거리다가 무언가를 발견하고 손으로 척 가리킨다.) 저기, 4-50대의 여성이 선호하는 선물!
(둥근 손이 가리키는 것은 4,5층으로 진열되어있는 양주들 )
방금 검색해본 거니까 확실해!
어머니도 좋아하실거야, 로즈.
로즈:으응? (시선을 따라가다가 놀란 눈을 뜬다.) 저건 술이잖아, 칼! 미성년자는 술을 못 사는 걸 ... 무, 물론 네 검색 능력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 ... (당황해 횡설수설대다가 좋아하실 거란 말에 우뚝 멈춘다.) ... 저, 정말로? 엄마가, ... 좋아하실까? (꾸욱 칼코스를 안은 손에 힘이 들어가며 걱정스런 낯이 가라앉는다.)
K.K:(흥겨운 리듬과 함께 기타를 치고 있다.)
칼코스:... ...(미성년자는 술을 못산다는 말에 손이 자신없게 스르르 내려갔다.)
(로즈의 말에 무언가 계산하는 듯 머리를 스크린을 빙글빙글 돌리다가 문장을 띄워 보여줍니다.)
이렇게 하는 건 어때?
어머니의 선물은 로즈가 고른 거로 하고, 구매는 칼이 하는 거야!
칼은 미성년자가 아니니까 구매할 수 있어. 그렇지?
로즈:(자신없게 내려간 손에 혹시 시무룩해졌을까봐 어떻게 위로하면 좋을지 속으로 곰곰 곱씹다가 예상치 못한 말에 다시 눈이 동그래진다.) 어, 어? (얼떨떨하던 기색도 얼마 안 가 화색을 띄우며 꼬옥 끌어안는다.) 고마워 칼! 너는 역시 내 가장 소중한 친구야! (망설임없이 진열되어 있는 양주들 중에 잭다니엘 로고가 박혀 있는 양주를 꺼낸다.) 이런 건 어때?
칼코스:'잭다니엘'이라고 쓰여있구나. 난 좋다고 생각해. 대중적이고 요리에도 두루두루 쓰이는 술인 걸. (로즈의 반응에 태양열 자동차 인형처럼 고개를 끄덕끄덕거린다.)
그래도 로즈가 어머니께 드리는 선물이니까, 칼이 구매했다는 건 비밀이야.
로즈:응! 알았어.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고는 조심히 품에서 칼코스를 내려놓고 양주와 돈이 든 묵직한 동전지갑을 쥐어준다.) 돈이 부족하면 어떡하지 ... ... 괜찮겠어?
칼코스:(고개를 끄덕이며 제 주머니에서 동전 몇 개, 적은 금액의 꼬깃한 지폐 2장을 꺼낸다. 스크린을 제 목도리에 끼우고 그 돈을 로즈에게 보여준다.) 나도 보탤게.
로즈의 학교에서 떨어져있던 걸 조금씩 주웠어.
이렇게 둘이 모아도 부족할까?
로즈:(도리도리 젓고는) 으으응, 아냐. ,이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 걸! 고마워 칼. (한 번 더 꼭 끌어안고 놔준다.) 같이 가면 미성년자라서 안 된다고 할 것 같으니까 ...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칼코스:... ... (짧은 몸으로 힘겹게 의자를 타고 올라가 카운터 테이블 위로 올라가 '기념품점'의 주인에게 지갑을 건네준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는 잭 다니엘을 가리킨다. )
저거 주세요.
콩돌이:(부스럭 부스럭, 카운터 뒤의 창고에서 물건을 든 채 나오다가. 카운터 앞에 서있는 손님을 발견하고는)
K.K:(딩가딩가)
콩돌이:앗, 어서오세요-! 어서오세요-! (옆에서, 밤돌이가 콩돌의 말을 따라하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칼코스:(물건을 구매하는 건 처음이지만, 여기서 기죽으면 안돼. ... 최대한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였습니다.)
콩돌이:(작은 손님의 손짓에 고개를 돌렸다가) 잭 다니엘 말씀이신가요-?
칼코스:(고개를 끄덕인다.)
콩돌이:음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기다려주세요-!
(도도도, 진열대에 올려져 있던 잭 다니엘을 조심스레 꺼내오고는. 카운터 위에 올려두었다)
가격은 2000벨입니다-! 입니다-!
칼코스:...2000벨. (로즈의 지갑을 열어보려다가, 저 뒷편에서 저를 기다리는 로즈를 한 번 바라본다. 허락을 구하는 듯.)
콩돌이:(K.K의 음악에 맞추어서 흔들흔들, 또 다른 손님의 대답을 기다려요)
로즈:(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다가 시선이 맞자 놀라 고개를 힘차게 끄닥끄닥거린다.)
칼코스:(그럼 조심스레 지갑을 열어 돈을 꺼내 콩돌에게 건낸다.)
콩돌이:감사합니다! (카운터에 놓인 벨들을 하나, 둘 세어봐요) ... 1800, 1900, 2000! 딱 맞네요! (잭 다니엘을 포장지로 곱게 감싸고, 빨간 리본으로 예쁘게 묶어둡니다. 그리고 그것을 작은 손님에게 건네주어요.)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오세요-!
칼코스:(만족스럽게 입꼬리를 끌어올리고 다시 올라왔던 것처럼 조심스럽게 잭 다니엘을 의자 아래로 보내고, 자신도 내려간다. 스크린을 목도리에 끼우고 두 손으로 다니엘씨를 끌어안고 로즈에게 뒤뚱거리며 다가간다.)
... 로즈, 로즈!
내가 샀어! 좀 도와줄래?
...넘어질 것만 같아.
로즈:앗, 칼! (허둥지둥 뛰어가 앞에 무릎을 꿇고 안장 조심히 칼을 끌어안는다.) 괘, 괜찮아?
칼코스:'난 괜찮아' (... 라는 글씨를 스크린에 띄운다.)
어머니의 선물을 구매할 수 있어 다행이야.
로즈:... 응, 칼 덕분이야! (기쁘게 웃으며 양주를 내려두고 지갑도 다시 호주머니에 넣고는 익숙하게 칼코스를 품에 안는다.) 엄마가 기뻐하면 좋겠다, 그렇지?
칼코스:응!
... (무언가 잠시 검색해보다가) ... 그러고보니 술은,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것에도 효과가 있대.
(절 껴안은 로즈를 슬쩍 올려다본다.)
코르디스:깊고 고요한 밤에 감싸인
온천 편의시설의 거대한 휴게실
욕실 / 껴안기 / 추억
코르디스:
(밤이 깊어오자... 어두운 창 밖을 의자에 앉아 가만히 바라보며 손에 반창고를 붙이기 바빴다. 누가 알았겠어, 저녁을 먹다가 그만 접시를 깨뜨려 손이 엉망진창이 될 줄은.) (좀 따끔거리는 것 외엔 진정되었지만... 당장 걱정되는 건 역시.. 씻는 거려나...) (분명 엄청 아플텐데.)
세멜레:(쏴아아- 시원한 샤워기의 물줄기 소리가 멎고, 모락모락한 김과 함께 욕실의 문을 열고 나왔다. 채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가볍게 두드리다가, 손을 꼼지락 거리는 너를 발견했다) ... 코르디스? 뭐 하고 있어?
코르디스:.......... 아, 세... 세멜레... (사실 딱 봐도 알 수 있을만큼 주변이 반창고 껍데기와 제대로 붙이는데 실패한 반창고들로 어질러져 있었지만.) 벼, 별거 아니예요... 그냥... 조금... 다쳐... 서... (우물쭈물...)
... 여기, 여기는 제가 치울게요! 그러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세멜레:(주변에 잔뜩 어질러진 반창고의 거스러미들을 보고는, 온화던 웃음기가 빠르게 가라앉았다. 명백하게 굳은 표정으로 너의 다친 손을 두 손으로 부여잡고는) ... ... 이거, 누가 그런거야?
코르디스. 누가 널 괴롭히니? 아니, 괴롭힌 게 분명해. 엊그제, 너랑 부딪혔던 그 녀석이야?
아아. 아니야. 알겠어. 그 녀석이구나? 얼마 전, 이동 수업때 내내 널 귀찮게 하던 빨간머리...! (까득, 제 손톱을 잘근잘근 씹으면서, 며칠 전 이동 수업을 떠올렸다.)
(물론 카르디스와 나는 다른 수업을 듣지. 하지만, 보호자로서 파트너의 일상을 낱낱히 알고 있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
코르디스:(제 손에 자극이 가해지자 약간은 눈을 질끈! 감았을지도 모른다.) 지, 진정해요, 그런 게............ (개미 기어가는 소리로 우선 일단은 흥분한 세멜레를 진정시키려고 했으나... 아무래도 효과는 미미했겠지. 속사포처럼 쭈우욱 의심이 가는 인물들을 늘어놓는 모습을 어쩔 줄 모르고 쳐다보더니...) 에, 에이버리 양은 관계 없어요... 이거... 그... 아까, 저녁 먹으면서... 실... 실수로 그릇을.. 깨버려서...
(으으으...) 걱정을 끼치게 해서 미, 미안해요... 그... 그렇지만. 응급조치도 잘 했고... 저 진짜 괜찮으니까아.............. (우우웃)
세멜레:에.이.버.리 (작게 이름을 읖조리고는. 아아, 그래. 알겠어. 코르디스는 분명히 내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서, 나에게 부러 말하려 하지 않는 걸꺼야. 가여운 나의 코르디스. 걱정하지 마. 그 아이는 내가 적당히 손을 봐둘게.)
코르디스:(어쩐지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실수한 기분)
세멜레:아아, 속상해... ... (걱정스러운 눈으로, 엉망이 된 너의 손 끝을 바라보았다가)
....도움이 필요하니? (눈을 반쯤 내리깔고는, 너를 바라보았다. 마치 그날. 처음으로 너의 비밀을 알았던 날 처럼.)
코르디스:(끄덕끄덕.) 그래도 저... 꼼꼼한 성격이니까요. (뭔가 칭찬을 받은 기분이라 볼을 약간은 밝히고 은은하게 미소지었다.)
(.........)
(어라. 그걸 바로 캐치하다니!) (꾸닥꾸닥...) 맞아요. ... 그래서 조금... 고민중이었거든요... 아니면 여기에 방ㅡ (무언가 대안책을 더 내놓으려 했으나, 도움이 필요하냐며... 익숙하지만 절대로 적응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눈빛을 띄고는 물어오자 이번엔 다른 쪽으로 얼굴이 확! 붉어졌다!)
무, 무무... 무슨 도, 도움이요....???
으... 음... 그, 도움... 필요하긴... 하지만요.... (우물쭈물... 뜸을 꽤 오래 들이더니...) (고개를 슬 숙인 채로 약간 옆으로 돌려 시선을 애써 피했다.) ..... 그, 그러면... 음... (곰곰...)
세멜레:응, 그러면? 내가 무얼 도와주면 될까? 말만 해줘. 나는 널 위해서라면... ... 무엇이든지 할 수 있으니까. (말을 더듬으면서도, 제게 도움을 청하는 너의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어느새 너의 곁에 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받친 채. 너와 시선을 맞추고 있었다) 아아. 그래. 욕조에 미리 물을 받아둘까? 입욕제는 어떤 향이 좋니? 은은한 향이 퍼지는 장미도 좋지만, 역시 오늘 같은 날에는 톡 쏘는 히비스커스도 좋다고 생각해. 그것도 아니면 상큼한 레몬밤? (너무나도 당연하게 너와 함꼐 욕조에 들어가는 것을 상상하며, 황홀한 듯이 말을 이었다)
코르디스:지, 지... 진심이예요?! (어버버... 귀 끝까지 붉게 물들자 머릿속이 뜨거워 생각이 좀처럼 차분하게 정돈되질 않았다... 세멜레... 분명 내 비밀을 알고 있있을텐데! 이렇게까지 적극적일 수가 있나!?) 어, 어어... 그... 러니까... 저는... 화이트 머스크로...
.........
........... 아! (또 그의 페이스에 말려 들어버렸어!)
그, 그으~... 이렇게까지 안 해주셔도 괜찮으니까요! 뭣 하면, 비닐장갑이라도... (얼레벌레)
(너무 급해서 말 더듬는 것도 잊어버린)
세멜레:코르디스, 그런 말은 섭섭한 걸. 나는 늘 진심이었어. 누구보다 네가 잘 알고 있잖니? (확신을 담은 시선으로, 응. 너는 나의 운명인 게 분명해. 그도 그럴게, 너의 비밀을-시트라 여학원에 변장까지 하면서 잠입했다는 사실을- 아는건. 이 세상에 나 뿐이잖아.)
아아, 화이트 머스크! 정말 너와 잘 어울려. 그래! 이왕이면 향수로 가득 욕조를 채우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너의 의견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보자, 아예 향유 공장에서 원료를 조달해오는게 좋을까... ... (중얼중얼, 비닐장갑에 대한 말은 듣지 못했는지. 어느새 제 세상에 빠져 빠르게 공장을 습격해서, 아니 자금을 조달해서 어떻게든 향수를 빼오는 계획을 읊고는)
세멜레:그래, 아예 향수 공장으로 가버리자. 네가 마음놓고 헤엄을 칠 수 있을 정도의 양을 조달하려면. 역시 그 방법이 제일 좋겠어!
(너의 두 손을 꼬옥 부여잡고!)
코르디스:(으으음.........................) 그건... 그렇죠. (끄... 덕!) (세멜레는 언제나... 자기가 원하는 걸 하고는 했으니까. 작게 그런 생각을 삼키며 눈을 짧게 깜빡! 깜빡! 거렸다.)
미안해, 아아. 코르디스, 코르디스... ... (속상한 눈빛으로 제 손안에 쥐여진, 가녀린 상처투성이의 손 끝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아주 조금이라도, 너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면...) (그리고 거리낌 없이, 너의 손 끝을 조심스레 제 입술에 가져다 대고. 상처를 가볍게 핥았다)
코르디스:(어, 어엇... 엇...) (금방 의기소침해진 그를 보며 이제는 도리어 이쪽이 어쩔 줄 모르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어쩌지, 어쩌지! 내 탓이야... 시무룩해지라고 한 말은 아니었는데!) 세멜레 양... 그, 괜, 괜찮아요....! 너무 낙담하지.............. ㅡ마앗!? (반창고를 아직 다 붙이지 않은 상처를 가볍게 핥짝이는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쳐다봤다.)
세, 세.... 세멜레............ (어쩌지! 머릿속이 마치 뿌옇고 뜨거운 온천의 김으로 가득 찬 것 처럼 얼굴이 마냥 뜨겁고... 생각이 좀처럼 떠오르질 않았다!)
(침착.......... 침착하자..... 강아지라고 생각하면...........)
(...................)
(......................)
(생각할 수 있겠냐!)
세멜레:(약이 남아있었네. 쓴맛이 혀끝에 맴돌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것도 널 위한 일인걸.) (그리고는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반창고를 뜯었고. 조금 반들거리는 너의 손 끝에, 능숙하게 반창고를 붙여주었다.)
(후후, 귀여워라. 당황하고 있네... ...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알 것 같아. 새빨개진 얼굴로, 허둥대는 너를 보면서. 마지막으로 손 끝에. 호오- 가볍게 입김을 불었다.)
(어두운 밤. 갑자기 할 말이 있다며 다짜고짜 불러낸 녀석의 연락에, 지금 두 사람은 양꼬치 가게에 와 있다. 하고 많은 고기들 중에 하필 양꼬치라니. 난 누린내 나는 고기는 질색이라고!) (제 앞에서 뱅글뱅글 돌아가는 꼬치들을 정적 속에 응시하다가, 맞은편에 앉아있는 너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 그래서, 오늘 불러낸 이유가 뭐야?
달리:내가 널 부르는데 이유가 필요해? (앞서 나온 차를 한 잔 마시고는 눈썹을 뒤틀어 되묻는다)
... 한심이. (그리고 꼬치 하나를 집어들어 앞접시에 덜어낸다.)
류트:(그럼 그렇지. 예상한 대답에 한숨을 내쉬었다가) 아니, 지금이 몇시인 줄은 알아? 밤 10시라고. 보통 가게라면 집에 가고도 남았을 시간이다.(흘긋, 텅빈 내부와 청소에 분주한 알바생을 곁눈질로 보고는)주인장이 불쌍하지도 않아?
달리:내가 빌렸는데?
내가 통째로 빌렸어. 사람 많은 식당이라니, 딱 질색이라고. (당연한 걸 뭘 묻는건지, 나참.)
(당당하게 덜어낸 고기를 입에 넣고 조금은 불만스럽게 널 바라본다. 팔뚝에 감긴 붕대라던가, 지난 배틀에 남은 상처. 내가 보호하는 입장이건만 저렇게 다치다니, 한심해. ... 한심해!)
류트:... ... (이건 상상도 못했다. 어쩐지, 직원들의 표정이 온화하더라니. 이런 속셈이었냐!)
(알맞게 딱 구워진 양꼬치를 한 입 배어물었다가. 역시나, 은은하게 느껴지는 누린 내에 얼굴을 찌푸렸다.)
(텁텁한 맛을 지우기 위해 물만 벌컥벌컥 마시다가, 너의 못마땅한 시선을 느끼고는)
달리:... 뭐야, 그 불만있는 표정.
류트:그건 내가 할 말이거든. 그렇게 인상쓰면 이마에 주름 생긴다.
달리:(지금 내가 고른 메뉴에 불만이 있다는 건가? 눈을 가늘게 뜨고 널 바라본다.)
이정도는 인상을 쓰고 다녀야 만만히 보이지 않아.
너야말로... ... (보다 노골적으로 네 상처들을 손가락으로 가르켰다.)
여기, 여기, 저기!
그렇게 헤벌쭉하게 다니니까 임브레이스들에게 만만히 보여 다치는 거 아니야?
(다리를 꼬고 팔짱을 끼며 의자에 기댄다. 마음에 안든다는듯.)
류트:(여기, 여기, 가리키는 손길의 끝에는 붕대나, 밴드, 혹은 거즈 조각등이 자잘하게 붙어있었고)
(켕키는 구석은 있는지. 잠시 시선을 피했다가) ...이래뵈도 진지하게 싸우고 있거든. 녀석들이 전장에서 얼마나 끈덕지게 달라붙는 지 알아?
참 나. 직접 싸워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모르겠지. 너도 가든에 두 발로 서봤어야 할 텐데. (퉁명스럽게 내뱉고는, 다시금 물을 들이켰다.)
안 그러냐? 꼬맹이.
달리:... 직.접.싸.워.본.적.이.없.다?
(그 말에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조금은 떨리는 것도 같았고. 이내 두 눈을 꾹 감아 화를 참아 작게 중얼거린다.)
... ... 칫, 나도 내가 싸울 수 있었으면 말을 안하지. 저 한심이에게 스텔라 나이츠의 배틀을 맡겨야하다니,
류트:(흥. 녀석이 분노로 주먹을 감아 쥐었지만, 그래봤자 솜주먹이지. ... 적어도, 가든에 나오는 징글징글한 적수들 앞에서는. 맥도 추리지 못할 게 분명하다.) (그러니 험한 일은 나에게 맡기고, 저는 유유자적한 아가씨인 채로 있으면 될 텐데. 왜 항상 스텔라 배틀에서 돌아오면 늘 불만이 가득한 모습인건지.그게 늘 의문이었어.)
그래. 넌 그 녀석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
달리:(두 눈을 가늘게 뜨고 가만히 그 말을 듣고 있다.)
어디, 더 말해봐. 이 빈대떡, 한심이, 빚쟁이 브링거. 첫 배틀에서 벌벌 떨던 게 누군데. 아주 기고만장해졌어.
류트:그래. 아주 상상도 못한 것들이 튀어나온다고. 새햐앟고 둥둥 떠다니는 오르골에, 레이저를 펑펑 쏘아대는 커다란 로봇에... (지나온 스텔라 배틀을 떠올리며, 제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꼽아보며 말을 이었다)
.. 너처럼 작고 쬐깐한 녀석이, 거기에서 단 1초라도 버틸 수 있겠어?!
암. 그럴 리가 없지. (만족스럽게 고개를 몇번이나 끄덕이면서) 그러니까 걱정은 딱 붙들어 매두라고.
가든은... 이젠 이 류트 칸에겐, 너무나도 익숙한 전장이야. (후... 잔뜩 기고만장해진 표정으로, 제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달리:(평소보다 담담한 표정으로 그 말을 듣고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네 손목을 덥석 붙잡았다. 그리고 매섭게 뜬 두 눈으로 네 눈을 바라본다.)
(붙잡은 손목은 네가 다쳐서 붕대를 감고 있는 손목, 아플 정도로 세게 붙잡는다.)
... ...이 손목은 사선에서 아래로 베인 상처였지.
류트:으극?! (갑작스러운 손놀림에, 그대로 붙잡히고는)
달리:평소처럼 아래를 보고 다니지 않아 방심한 것일테고, 그리고 왼쪽 귀 아래, 목에 남은 멍은... 칼날이었으면 그대로 목숨이 위험했을거야.
내가 배틀에서 싸우는 입장이 아니라도, 네가 얼마나 가든에서 방심하고 싸우는지... 지금 제대로 확인하는구나.
(그리고 손목을 시원스레 놔버린다. ) ... 흥!
화양회의 달리장이 정말 못싸울거라고 생각하니?
(평소보다 가라앉은 표정으로 제 자리에 다시 기대 앉는다.)
류트:(그 말에, 붙잡히지 않은 손으로 귀 아래의 멍을 더듬었다. 반격을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가 역으로 얻어맞은 부분이었지. 생각지도 못한 너의 날카로운 지적에, 그만 할 말을 잃어) ... ... 그래. 너 잘났다. 화양회의 꼬맹이. (겨우 퉁명스럽게 대답을 이었고)
달리:... 빈대떡 같은 녀석, 한심이!
입맛이 떨어졌어, 갈래.
달리:(평소였다면 네 정강이를 걷어차줬겠지만 어쩐지 오늘은 내키지가 않는다. 평소보다 화가... 제대로 난 거겠지. 웃음조차 나오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난다.)
(머리를 한 번 쓸어 넘기고는 그대로 식당을 나간다. 애초에 들고온 짐도 없어 가벼운 몸.)
류트:(아직도 갈길이 멀다는 사실을 누구 보다도 잘 아는 건 자신이다. 하지만 진지하게 싸움에 임하는 것을 헤벌쭉 이라고 말할 줄은. 어쩐지 그 다음부터 평소보다 속이 베베 꼬여있음을 그제서야 알아차렸지만.)
하. 누가 할 말인데! 너야말로 밥맛이다!
(점점 멀어지는 너의 등에 대고, 조금이나마 화풀이를 해 본다. 젠장. 기분만 잡쳤어. 미련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꽂아넣고는 뒤늦게 식당을 나섰다.)
달리:... ... (나라면, 내가 브링거였다면... 너처럼 한심하게 싸우진 않았을거야. 보나마나 뻔하지. 길바닥 싸움 밖에 모르는 녀석이니 무기 하나만 겨우 들고 온갖 빈틈으로 무장해 싸웠을 걸. )
(하지만 난 시스잖아. 어쩔 수 없이 드는 그런 생각에 울적해져서 방으로 향했다.)
류트:(적당히 씻고 침대에 누워버린 지금에서야 생각이 조금 정리가 된다. 저녀석은 절대로 순순히 본심을 말하지 않는 성격이었지.) ... ... (어쩌면 나름대로 걱정 해준 걸지도 몰라. 너무 심술을 부렸나...)
(이불도 덮지 않은 채, 찝찝한 기분을 곱씹고는. 어두운 방 안에서 두 눈을 감았다.)
~다음날 아침~
달리:(제 방으로 환히 비춰드는 햇빛에, 찌뿌둥한 몸을 몇번 뒤척이다가. 크게 기지개를 폈다. 내 방이 이렇게 볕이 잘 들었나...?)
하암... ... (눈을 몇번 부비고는, 유난히 작아보이는 제 손을 보았고)
... ... 어?
어어? 어? 어?? (두 손으로 제 얼굴을 한번. 다시 머리를 더듬어보았다가)
(설마, 설마. 설마....!!)
(아니. 잠깐만. 여긴 내 방도 아니잖아?? 젠장.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달리:(당황스러움에 시선을 들자, 눈 앞에 커다란 거울이 시선에 들어왔다.)
(익숙한 푸른 머리칼, 삐죽 튀어나온 옆머리, 그리고 평소의 재수 없는 표정이 아니라... ... ... 잔뜩 풀어진, 한심해보이는 표정이.....??!?!?)
....뭐어어어어어어어?!?!?
(류트, 아니 달리의 비명이 방에 울려퍼졌다.)
류트:(정해진 시간, 습관적으로 눈이 떠졌다. 그리고 보이는... 음습하게 어두운 천장. 어딘가 퀘퀘한 냄새.)
... ... (여긴 어디지? 설마 자는 새에 자객이라도 든 건가? 화양회를 노린 납치?)
(하지만 속박감은 느껴지지 않아 몸을 일으켰다. 주위를 둘러보니 굉장히... 더러워.)
... ... 뭐야, 이 지저분하고 작은 방은?
(제 몸도 어딘가, 다르게 느껴져 아래를 내려다본다. 파란색 잠옷... 이런 걸 입은 기억은 없는데. )
(침착해, 달리 장. )
류트:(다시 주위를 살피다가 작은 거울 하나가 눈에 띄어 다가갔다. 그리고 보이는 건... ... ... ... ..)
... ... 한심이?
(두 눈을 몇 번 깜빡이다가 고개를 아래로, 제가 입은 고무줄 잡옷바지를 쭈욱 잡아당겨 바지 속을 확인했다.)
아나스타시아:벌써 해가 다 졌구나. (테라스에 놓인 의자에 앉아 노을이 내려앉은 바깥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말하며 낮은 탁자를 손가락으로 톡, 톡 건드린다.)
포텐티아:시간이 참 빨리가죠. (가벼이 고개를 끄덕이며... 적당히 맞장구를 쳤다. ... 아직도, 아까 전 그가 꺼낸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좀처럼 떠나질 못했다. 그것은 조금씩 제 안에 남은 죄책감을 찔러대 꿈틀거리게끔 만들었고, 썩 기분이 좋을 리는 없으나.... 기사가 주군의 앞에서 표정을 구기고 있으면 쓰나. 덤덤한 표정을 애써 유지하고만 있었다.)
아나스타시아:... (네 쪽을 흘겨보고는) 아까 아침에 한 말을 신경 쓰고 있니. (묻는 건지, 아닌지 모를 이상한 어투로 말문을 트고는 탁자를 툭툭 건드리던 손을 그러쥔다. 그 이상으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옛날에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은데 ... 하며 쓸데없는 감상에 젖어있다가 입술을 다물고 아마 제 에상과 다를 리 없을 네 반응을 예상해보기로 했다.)
포텐티아:... 아, 그런게... 아닙니다. (어째 정곡이 팍 찔리자 일순 놀란 표정을 지었을진 모르나... 다시 정신을 다잡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어보였다. 길게 땋아 묶은 연보라색 머리카락이 바람에 살랑이듯 흔들렸다.) 그냥, 음. 조금 피곤해서요.
아나스타시아:... 그래. 지나가는 말을 그렇게 마음에 담아서야 쓰겠니. (믿진 않았으나 그 이상의 말은 없이 여상하게 대꾸한다. 황혼에서 떨어지지 않던 고개가 네 쪽으로 돌아가 짙게 진 그림자 음영 아래에서 분명 앉아있으나 어쩐지 내려다보는 분위기라.) 피곤하면 자렴. 피로감 때문에 무능해진 종은 필요없단다.
포텐티아:(피, 필요 없나...?) (약간 머뭇대더니...) ... 죄송합니다. 원하시면, 먼저 들어가 쉬는걸로 괜찮으실까요. (제 양 손을 뒤로 향해둔 채 잡고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 적어도... 당신에게 필요 없는 사람으로 남아서는 안될텐데.)
아나스타시아:(원하신다면, 의 말에 한쪽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대는 것 같았다.) ... 하아. (긴 한숨을 내쉬며 제 이마를 문지르더니.) 넌 정말멍청할 정도로 내 말에 순종적이구나. 그렇지? (무슨 변덕인지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일말의 망설임 없이 네게 다가간다.) 이렇게 순종적으로 굴 거면서 ... 왜 그때는 내 도움을 무시했을까 ... ...
포텐티아:..... (!) (다가온다면 다가오는 만큼, 슬쩍 뒤로 물러서려다 아까부터 기대고 있던 벽에 등이 닿고 나서야 멈추었다.) ...... (아나스타시아가 무슨 알로 일갈하든 그저 침묵을 유지하며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 그 때는... (사정이 있었다, 고 설명해도 믿어주지 않겠지. 그럴만하다고 생각했다.) ...... 아나스타시아 님. (조곤조곤, 변함 없는 목소리 톤을 유지하며 말을 읊고는... 조심스레 당신의 한 쪽 손을 두 손으로 공손히, 부드럽게 받아들어 가볍게 그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 제가 무엇을 감히 말씀드릴 수 있을까요. 그럴 자격은 진작 빼앗겼다고 생각합니다.
아나스타시아:(아나스타시아 님, 빌어먹을 그 아나스타시아 님. 혀에 없던 혓바늘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돋아나 입안을 잔뜩 헤집어 상처투성이로 만든 기분이었다. 말로 표할 수 없는 더러운 기분에 헛웃음이 찌그러진 폐에서 짓씹듯 터져나온다. 공손한 입맞춤, 쉬이 무릎을 꿇고 제게 정점을 설 세계를 찾아오겠다던 그 웃기고도 하등 쓸데없는 약속들이 와르르 쏟아졌다.) 착하구나, 그래. 그것이 오해든, 아니든 너는 네 주인을 한 번 외면한 격이니. (입술이 닿은 손을 빼는 대신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빈 손으로 땋은 머리칼을 지나 네 목을 감싼다.) 그런데, 그건 아니 티아. (덧없이 상냥한 목소리.)
포텐티아:(제 목을 슬 감싸오는 그 흰 손. 그 어떤 저항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잠시나마 온기가 닿았던 제 양 손은 어느새 등 뒤로 감춘 채로 묵묵히 그가 제 가슴을 후벼팔 수 있게끔 냅뒀다. 원하는 만큼 짓이기고 파버리기를.)
...........
........ 티아... (어쩐지 그 호칭으로 불리면 기대해선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머리가 아찔해지곤 했다. 아아, 차라리 전처럼 턱짓으로 불러주셨다면 좋았을텐데요.) ... 무엇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나스타시아:(이렇게 미련하게 굴 줄 알면서도 왜 그때는 그리 처절하게 애원한 나를 무시하고 시선을 돌려버렸을까. 더 큰 압박이 있었던 걸까, 아니면 사실 너도 나를 좋아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거나. 목을 감싸 가만히 보는 와중에도 구역질 나게도 순종적인 너를 똑바로 바라봤다.) 내가 너를 ... (입꼬리가 잔인하게 올라간다. 등 뒤로 감춰진 네 손을 찾아 쥐는 대신 허공을 짚은 남은 손마저 네 목을 느슨하게 감싼다. 웃었다.) 사랑했던 그 날이 미치도록 후회된단다. (이리 배신당할 줄 알았더라면. 분노인지 슬픔인지 모를 뒷말이 미미하게 떨려 소곤소곤 네 귓가에 닿는다. 깊은 애정과 분노가 파묻힌 내 눈을 네가 봐야 할 텐데,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도 목을 감은 손을 내려 네 입술 위에 얹고 그 위에 입맞춘다.) 그런 거란다.
포텐티아:(자기도 모르게 목구멍으로 침이 넘어갔다. 진정하려고만 해도 몸이 절로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 그것은 포텐티아 자신이 주군, 아나스타시아에게 품은 또다른 종류의 공포였다. 하지만 그 양 손이 제 목을 감싸고 있더래도, 당신이 감싼 제 목덜미의 피부가 심장박동에 맞추어 떨리는 것 외에는 변함이 없었다.)
(아, 사랑했던. 어찌나 달콤씁쓸한 말인지. 이제는 지나가버린, 이 노을과도 같은 덧 없는 사랑을 고백받아도 이쪽은 그저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무력감을 느끼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 그렇다면 이제는 저를 증오하시겠군요, 안 그렇습니까? (눈을 반쯤, 뜨고는 침착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말해주십시오, 아나스타시아 님. 저는... 당신에게 실망을 안겨드린 제 과거보다, 오로지 당신에게 충성을 바치는 종의 모습을 당신이라면 더 마음에 들어하시리라 생각했습니다.
제 오판입니까?
아나스타시아:(웃기지도 않게, 네 모습은 마치 내가 여기서 당장 뛰어내려 죽으라고 해도 약간의 망설임만 보일 뿐 흉터를 후벼파는 말만 내뱉으면 그대로 떨어져 내 눈앞에서 사라져버릴 것 같았다. 언제든 너를 죽일 수 있는 공포, 그러한 심리. 우습게도.) ... ... 충성? 재미있구나, 포텐티아. (네 이름을 부르자 입안이 썼다. 모래를 한움큼 밀어넣고 씹어도 이보단 덜 까끌거릴 것이다.) 이미 한 번 주인을 버린 종에게 더 믿을만한 것이 있니? (덤덤한 목소리로 겨우 덮어진 흉터를 후벼파버리고.) ... ... (네게 닿은 손을 다 떼고는 그제서야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 너는 물러설 곳이 없을 테니, 있어도 물러설 수 없을 테니 뒤로 물러난 건 나였다. 서늘하게 가라앉은 시선을 네게 좇고, 좇아서.) 그럼, 내가 하나 묻자꾸나.
(물러선 손가락이 네 턱을 잡아 시선을 맞추곤 비웃듯 목소리가 반쯤 시들고.) 사랑하니? (그런 적도 없는 주제에.)
포텐티아:... (그가 어떤 심정일지 이해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아무런 말도 꺼낼 수 없었다. 어쩌면 감히. 배신자가 이런 생각을 품는 것 자체가 괘씸했을지도 모르지만. 비수처럼 꽂혀오는 아나스타시아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듣고 있자면 미쳐버릴 것 같기도 했다. 그럼에도 제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이정도로 굴할 나약한 의지력이었다면, 처음부터 제 하나뿐인 주인을 배신한 것이 실수였다고 믿으며.)
(사랑하니?) (날카롭게 꽂혀오는 질문이었다. 아아, 아나스타시아 님. 어찌 제가 감히.) 제 솔직한... 견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여기서 제가 어떤 대답을 들려드린다고 해도... 당신을 만족시킬 대답은 없을 것 같군요. (눈을 감고, 고개를 슬 숙인 채로... 애써 메여오는 목을 가다듬고 흉터를 가릴 문장을 내뱉었다.)
칼코스:별이 빛나는 밤
온천 내부의 뜨거운 노천 온천
한숨 / 애정 / 고동
칼코스:
(별이 빛나는 깊은 밤이에요. 투숙객들은 모두 잠을 자는 건지 은은하게 조명이 깔린 노천온천에는 로즈와 칼코스 둘 뿐. 웹에 있는 이미지가 아닌 실제 온천을 보는 것은 처음이라 제 머리에는 어색하게 양머리 수건을 두르고, 다다다 뛰어 온천 가장자리에서 발 끝만을 담궈봅니다.)
칼코스:... ... 42.7도.
이 정도 온도라면 적절할 것 같아.(그리고 로즈를 돌아보며 두 손을 흔들거리고 있어요.)
로즈:칼, 뛰면 위험해 ...! (다다다 뛰는 걸 보고 황급히 얕게 물이 고인 바닥을 찰박 소리 나게 종종걸음으로 와 넘어질까 조마조마한 투로 말해보며 따라 수건으로 만들었던 양머리를 쓴다.)
만힝 안 뜨거워서 다행이야, 화상이라도 입으면 안 되니까 ... (하며 옆에 앉아 발을 살짝 담궈보곤 뜨끈한 온도에 화들짝 놀라 발을 황급히 뺀다.) 뜨, 뜨거워 ...
칼코스:뜨거워? (평소의 부드러운 표정 그대로 로즈의 반응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러면, 어떻게... ... 해야하지. (평소에 검색용으로 들고다니던 스크린은 두고 와서 제 둥근 손만 만지작거려요.)
어머니는 이정도 온도도 괜찮다고 하셨었는데... 사람마다 선호하는 온도가 다른 거구나.
로즈:앗, 아니야. 처음이라서 뜨거운 걸지도 몰라! (걱정할까봐 황급히 괜찮다는 양 말하며 살짝 넣었다가 뺀 발을 과감하게 (...) 풍덩 소리가 날 정도로 담군다.) ... (뜨, 뜨거워!) 괘, 괜찮은 것 같아! (그러면서 남은 발도 과감하게 집어넣는다.)
칼코스:(로즈의 난감한 듯한 표정을 읽으려고 했지만, 역시 잘 모르겠어요. 로즈가 괜찮다고 한다면 괜찮은 거겠지? 입가가 호선을 그리고 로즈를 따라서 온천으로 들어갑니다. 33cm는 그대로 머리 끝까지 물 속에 잠겨버려요.)
... 부글, 부글부글-
로즈:(!!!) (당황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온천 안으로 푹 들어가 더듬더듬 물속을 헤집어 칼코스를 끄집어낸다.) 카, 칼코스 괜찮아?! (퍽 당황한 어투가 튀어나오고.) 어, 어어 고장나는 건 아니겠지? 바, 방수 기능이 있다고 하긴 했는데 ...! (고장나면 어떡해!)
칼코스:... ... 난 괜찮아. 아셀트레이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안드로이드니까. (사람은 아니니까, 푸하 같은 소리를 내진 않지만 물에 완전히 푹 젖어서 장난감 이하의 모습을 하고 있어요.)
로즈:아, (평소랑 다른 모습이 새로우면서도 웃겨 결국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려버린다.) 푸, 푸하하! 아 진짜, 엄청 놀랐잖아 칼! 지금 네 모습 얼마나 웃긴지 알아? (푹 젖은 머리를 넘겨주고 꼭 끌어안는다.)
칼코스:으응, 내 모습... ... (눈을 굴려 있을 리 없는 거울을 찾다가) 잘 모르겠어.
새삼 로즈는 정말 크구나. 내 몸의 사이즈로는 로즈랑 함께하기 정말 불편한 게 많아.
그래도 작은 몸이라도 할 수 있는 게 있겠지. (자신을 꺼내준 로즈에게 겨우 매달려 온천에 나와 걸터 앉아요.)
로즈:으음, 하지만 칼. 네가 작은 덕분에 내가 꼭 안고 다닐 수 있잖아? 만약 나만큼 큰다면 ... (잠시 생각해보는 듯 시선을 데굴데굴 굴려보곤 걸터앉은 너를 보고 웃는다.) 그러면 손 잡고 다닐 수 있겠다! 작아도, 커도 칼은 칼이고 내 소중한 친구니까. (주위를 빙글 두른 돌에 양 팔을 기대 턱을 괸다.) 그렇지?
칼코스:... 응! (온천물에 가볍게 발을 흔들며 고개를 끄덕여요.) 로즈의 말처럼, 내 몸이 작아서 함께 다니기 좋은 것도 있으니까 난 이 몸도... 만족하고 있어.
로즈는 사람이니까, 앞으로 더욱 커지겠지? (미래의 로즈를 이미지해보며, 그 키를 가늠하듯 제 머리 위로 짧은 팔을 올려봐요. 터무니없이 부족할테지만요.)
있지, 로즈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어?
로즈:아마도 칼이 생각하는 것보다 훠얼씬 커질 걸? (잘 생각나지 않는 미래 이야기에 마냥 웃으며 그러다가 이어진 질문에 물기가 떨어지는 머리를 한 번 쓸어올린다.) 으음 ... ... 모르겠어. 옛날에는 엄마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말이야. 우리 엄마, 엄청 멋지잖아! (천진하게 웃는다.)
칼코스:(머릿속에서 잠시 로즈의 어머니를 이미지 해봐요. 데이터일 뿐이지만, 그녀가 늘 웃는 모습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걸요. 하지만 로즈의 말처럼... 로즈의 어머니는 멋진 분이에요. 안드로이드인 제가 이해할 수는 없지만, 힘든 일을 겪고 있다는 건 알고 있어요. 그럼에도 웃을 수 있다는 건 멋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인걸요.)
(그래서 로즈의 말에 긍정하며 고개를 끄덕여요. ) 맞아, 어머니는 멋진 분이야.
로즈도 어머니처럼 멋진 어른이 될 거라고, 나는 믿어.
로즈가 '옛날에는'이라는 말을 덧붙이지 않아도 되는 멋진 꿈이라고 생각해.
로즈:그런 걸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턱을 괴고 얹어진 손이 거친 돌을 한 번 문지른다.) 그렇지만 ... 과연 내가 엄마 같은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 우리 엄마, 아빠랑 이혼하고 많이 울었는걸. 아빠 돌아가시고도 많이 울었어. 내 앞에서는 내색도 안 했지만. (칼코스의 머리카락을 한 번 넘겨준다.) 알잖아, 우리 엄마 엄청 강한 사람인 거. 내 앞에서는 내색도 안 했는데 ... 내가 나쁜 아이라서, 착하게 엄마 아빠 말을 안 들어서 우리 가족이 찢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끊이질 않아 칼.
내가 말만 잘 들었어도, 떼쓰지 않았어도 아빠가 돌아가실 일도, 엄마가 많이 아파하면서 울 일도 없었을 텐데 ... ...
만약에 칼, (상상도 하기 싫은지 입술이 열렸다가 닫히길 반복하더니 자신없는 투가 이어진다.) 마, 만약에 ... 엄마도 그렇게 생각하면 어떡하지? 나 때문에 사랑하는 아빠랑 이혼하고, 돌아가신 것도 내가 원흉이라고 생각해버리면 어떡하지? 나, 나를 원망할 거야!
칼코스:... (표정의 변화없이, 가만히 로즈의 말을 듣고 있다가, 제 머리를 넘겨주기 위해 가까이 온 로즈의 앞머리를 쓸어 올려요. 제 머리를 넘겨준 것을 흉내내듯.)
그 일은 로즈의 탓이 아니야. (지금은 스크린도 가지고 있지 않아서 검색을 할 수 없어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없어요. 평소보다 볼륨이 작아졌을 뿐이지만.)
로즈의 어머니도 그렇게 생각하실 거야. 내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로만 계산한 말이지만, 어떤 때보다 확신할 수 있어. (말을 하며 조금씩 평소의 볼륨으로 돌아와요. )
자주는 아니지만, 로즈와 떨어져서 어머니와 집에 남아있을 때 종종 이야기를 듣곤 해. 내가 로즈를 만나기 전, 로즈가 어릴 때 이야기를 말이야.
그때마다 로즈의 어머니는 웃고 계셨는걸. 그 미소가 가진 두근거림은... 원망이 아닐거야.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어. 난 사람이 아니니까.
(일 주일 전의 데이터를 떠올리며, 로즈의 어머니가 어린 로즈의 이야기를 하며 지었던 미소를 어색하게 따라해봅니다. 둥근 두 손으로 제 입가를 끌어올리면서요.)
로즈:... (말 없이 가만히 바라보다가 자신없는 듯 목소리가 웅얼웅얼 기어들어간다.) ... ... 정말로? (정말 그 모든 게 나 때문이라 일어난 게 아닐까? 하고, 뒷말을 내뱉지 않았으나 대체로 그러한 의문을 품으며 바라보다가, 입가를 끌어올려 어색하게 따라하는 걸 보고 울음을 터뜨리는 것처럼 웃어버린다.) 칼, 나는 엄마 아빠가 정말 좋아. 정말, 어엄청나게 좋아. 실수하면 언성부터 높이지 않고 내가 다쳐쓴지부터 살펴봐주는 엄마의 따뜻함이 좋아. 아빠 장례식 때도 말이지, 칼. 오랜만에 본 아빠 사진을 보고 엄마가 맨 처음에 한 말이 뭔지 알아? 그러게 나랑 옛날에 많이 안 놀아주고 잠만 자서 그렇게 좋아하는 잠만 평생 자게 되어버린 거래. (정말 웃기다, 그치. 웃음을 터뜨린 낯이 일렁거린다.)
칼코스:(로즈처럼 자연스럽게 웃는 기능은 가지고 있지 않아서, 여전히 제 입가를 손으로 끌어 웃어보이고만 있어요. 대신 고개만 리듬감 있게 흔들어요.)
로즈:그러면서 내 안색부터 살펴주고 이제부터 엄마랑 살자고 말해줬을 때, 엄마가 많이 아픈데 참고 있구나. 했었어. (찰방 소리 나는 물소리를 낸다.) 그래도 나는 괜찮은걸! 이제, 정말 괜찮은 것 같아. 내 탓이 아니라고 해주는 칼도 있고, 엄마도 있으니까. 아빠도 분명 내 탓이 아니라고 해줬을 거야. 으음, 아마도? (잘 모르겠어.) 어쩌면 칼, 아빠가 너를 데리고 온 건 그래서 아니었을까? 나 혼자 있으면 지루하고 심심하고 이렇게 나쁜 생각할 때마다 막아달라고! (흔드는 고개를 보고 배시시 웃는다.) 책에서 그러는데, 사람은 어릴 때부터 수호천사가 붙어있대.
칼코스:... ... 수호천사?
로즈:응, 수호천사. 그래서 내가 열심히 생각해봤는데 말이야. 내 수호천사는 칼코스, 너야. 너일 거야! 으음, 이유는 모르겠어. 하지만 나는 네가 내 수호천사라고 다짐할 수 있는걸.
칼코스:내가 로즈의 수호천사... 검색을 할 수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좋은 의미라고 생각해. (제 손을 입가에서 놓자 평소의 부드럽게 올라간 입꼬리로 돌아와요.)
나도 좋아, 앞으로도 로즈의 수호천사를 하고 싶어. 어른이 될 때까지, 어른이 되어도!
로즈:응! 내가 엄청 커져도 놀라지 마? (장난치듯 칼코스의 이마를 가볍게 톡톡 해준다.) 내가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도 칼코스, 칼. 내 가장 친한 친구! 언제나 내 옆에 있어주는거야 알았지? 나도 네 수호천사가 되어줄게! 그러니까 나랑 앞으로도 쭉 함께해주기야?
코르디스:해 뜨기 전의
온천 내부의 뜨거운 노천 온천
사고! / 사랑 이야기 / 고동
코르디스:
(해가 아직 뜨지도 않은 새벽... 이 시간대엔 온천에 사람들이 많지 않다보니 한적하게 목욕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해 홀로 아침부터 각종 목욕도구와 제 몸을 다 두를 수 있을만큼 기다랗고 넓은 타올을 챙겨 온천으로 향했다.) (세멜레 양... 깨울까 싶지만서도 이런 꼭두새벽부터... 피곤하겠지! 자게 냅두자!) (라는 마인드로... 혼자 총총)
세멜레:(슬금슬금. 온천의 제일 가장자리에 있는
커다란 돌의 뒤에 몸을 숨기고 있다) '코르디스... 언제 쯤 오는 걸까. 결국 어제는 씻지도 못하고 잠들었으니까. 분명히 이 온천으로 오겠지. 숙소에서 온천까지는 정확하게 10분하고도 40초의 거리. 그리고 지금은 9분이 막 지나가는 참이니까, 곧 도착할거야.'
(그리고, 저 멀리서 코르디스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반짝거리는 세멜레. 아! 코르디스. 너만을 기다리고 있었어!)
(갑작스레 나타나면... 분명히 놀라겠지? 후후. 오늘은 어떤 귀여운 모습을 보여줄까나.)
코르디스:(세멜레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온천에 들어올때부터 몸에 두르고 있던 길고 흰 타올을 잘 여미고 한 구석에 목욕도구가 담긴 통을 내려놓은 채 온천의 가장자리에 앉아 발로 물을 깔짝이고 있었다.)
(...... 뜨, 뜨거운가?)
(그리고는 조심스레... 발부터 시작해 천천히 온천에 들어갔다...) (한적하네... 평화롭고 좋다...)
세멜레:(코르디스--!! 아아, 세상에. 온천에 들어갈때 너는 발 끝부터 조심스레 들어가는 편이구나. 나라면 과감하게 온천으로 풍덩! 빠져들었을텐데. 하지만, 너의 그런 신중한 모습마저 나는 너무 좋은걸!) (천천히 온천 안으로 들어가는 코르디스의 뒤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후후. 얼마나 기뻐해주려나!) ... ... 코르디스! 기다렸지? (발을 다 담그고, 온천으로 몸이 푹 잠길 즈음, 너의 뒤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나)
코르디스:ㅡ!?!??!!? (평화로웠는데! 분명 평화로웠는데!!) (누가 있을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할 만큼... 어쩌면 아침 일찍 일어난 탓에 기척을 읽는 감각이 둔해졌을지도! 그래서 제 파트너의 깜짝 등장은 말 그대로 깜짝 등장이었다.)
ㅡ 세, 세... 세.... 세멜레 양!? 여, 여기서... 뭘... 뭘... 왜, 왜 여기... (너무나도 당황한 나머지 말이 줄줄 꼬였다... 놀라서 몸이 울리도록 뛰는 심장을 애써 제 가슴께를 꼭 부여잡곤 진정시키나 싶더니...)
세멜레:왜긴. 같이 목욕하러 들어온거지.(고개를 끄덕이면서, 능청스럽게 자신도 온천에 발 끝부터 담그기 시작했고) 어제는 결국 씻지도 못하고 잠들었잖아. 가여운 코르디스, 분명히 상처가 아려서 그랬던 걸 거야... ... (섬섬옥수와 같던 너의 손 끝이 해진 것을 떠올리고는, 다시금 에... 누군가에게 가차없는 응징을 해주겠고 속으로 다짐하였다.)
아무래도 내가 도와주는게 좋을 것 같아서,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어.
자. 너도 어서 들어와. 문은 네가 들어오면 자동으로 잠기는 장치를 설치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고개를 두어번 끄덕이고는. 온천의 물 속에 어깨까지 잠긴 채, 너의 두 손을 잡고 안으로 잡아끌기 시작했다.)
코르디스:네, 네...? (그 말에 들어오는 문을 힐끔힐끔 보더니, 제 손을 잡고 안으로 잡아끌자 별다른 힘의 저항 없이 순순히 스르륵 끌려들어갔다...)
........... 다음, 부턴.... 혼성 온천도... 이, 있으니까요.... 제가 아니라 다른, 사... 사람이 들어왔으면.... ... 어쩌려고, 그러셨어요. (더듬더듬, 수면 위로 드러난 세멜레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위험하잖, 아요... (...) (위험한가?) ... 자, 자칫하다, 해코지라도... 당하면........
세멜레:후후후, 후후후후. (그저 싱긋. 곱게 접은 눈가는 호선을 그리고 있었고)
후후후후후...
코르디스:(........) (..... 왜, 왜 웃는거야!?)
세멜레:무슨 소리를 하는거니. 여긴 처음부터 아무도 없었어.
코르디스:어...............
(............... 무슨 짓을 한 거예요!?) (눈 끔뻑끔뻑;)
세멜레:자. 모처럼 둘이 여기까지 왔는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까운 걸. 안 그래? (여전히 미소지으며, 비뚤어지려는 제 머리의 수건을 고쳐쓰고는)
코르디스:그런... 그런가요. (으음... 그래도 세멜레가 무사하다면 다행이지. 무사하지 않을 수 있기는 한가 싶지만...) (이쪽도 제 몸에 두르고 있는 애꿎은 타올을 손으로 잡아 여미듯 당겨올리며...)
세멜레:(그런 코르디스가 난감해 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장자리의 돌에 등을 기댄 채 기지개를 펴다가, 계속해서 타올을 여미면서 머뭇거리는 너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푸흡. 정말. 그렇게까지 애쓰면서 가릴 필요는 없잖아? (창고에서, 그날 다 봤는걸.)
코르디스:...... 그, 그래도... 부끄러운 건... 변, 변함... 없으니까요... (확! 얼굴이 붉어지는 건... 역시 노천 온천의 열기 탓이겠지!)
세멜레:(발개진 너의 볼을 가볍게 꼬집고는) 이렇게나 부끄러워 하면서, 시트라 여학원에 몰~래 들어올 용기는 대체 어디서 난 거야?
학원에서는 당찬 모습으로 그렇게나 돌아다니면서. 나와 있을때는 늘 피하고, 도망가고, .. (하지만, 그런 모습도 귀여워서.)
혹시... 나 몰래 만나는 사람이라도 있는걸까? (싱긋. 인사를 건네는 듯이 가벼운 말투로 네게 물었다.)
코르디스:(.......) 그, 그런 건! 아, 아닌데에..... (손사래를 치더니) ... ... 음... ... 정말... 듣고 싶나요? (잠시 고개를 돌려 시선을 슬 피하고...)
세멜레:응, 응! (몇번이나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 이어질 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 과연 누구의 이름이 나올까? 이 폐쇄적인 학원에 몰래 잠입해서 들어올 정도라면, 분명히... ... 무언가 목적이 있겠지. 지금껏 구태여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응.)
(만약, 그게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 그런거라면. 후후. 후후. 후후후... ...)
코르디스:그럼... 그게... (잠시... 꽤 오랜 시간을 고민하나 싶더니, 세멜레의 얼굴을 한 번 힐끔, 쳐다보고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슬 내렸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내 파트너인걸. 언젠가는 그 역시 알게 되겠지. 알아야 하고...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 아주... 오래 전에, 제가 사랑하던 이가 있었어요. 너무나... 너무나 사랑해서... 죽고 못 살 정도로요. ... 그게... 너무 과했나봐요. 분명 제 욕심으로... 큰 상처를 주었겠죠. ... (투명한 물 아래, 꼼지락거리는 손가락을 시야에 담았다. 이 이야기를 하며 차마 세멜레의 눈을 마주칠 자신이 없었다. ... 그랬던 내 모습을 과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기적일지도, 몰라요... ... 그래도... 전... 그 아이에게 용서 받고 싶어서... ... 제 마음을 다해, 사과하고... 다시 한번 함께 대화하고... 싶어서... (조금 울망해진 눈망울로...)
그렇지만... 시트라 여학원은, ... 정말로... 새장과도 같은 학원이니까... ... ... ... (침묵이 좀 길어지더니,) ... 선택권이 없었어요. ... 그 아이... 역시 이런 제 모습을 보면, ... 분명 혐오하겠죠... 저도, 아직... 어쩌면... 미련을 버리지 못한 걸지도... (훌쩍...)
... 결국... 다, 마, 말해버렸... 네요... (울먹;) ... 세멜레 양... 이런 제 모습... 역시... 별로일까요.........? (슬쩍 고개를 돌려 쳐다보더니...)
세멜레:.... ..... (생글생글 웃으며 너의 이야기를 듣다가, 사랑. 그 첫 마디에 먼저 입가가 딱딱하게 굳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죽고 못 살 정도라는 너의 말. 후후, 후후.. 후... 후후후... ) (내내 제 눈을 마주하지 못하고, 그저 손가락을 곰실거리는 너의 그 모습은 너무나도 귀엽지만.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은 내겐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였지. 그래서 난 그저 웃으면서 너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었어.) 후, 후후.. (내가 너에게 실망했냐고? 아니! 난 오히려 너무 기뻐. 내가 모르던 너를 다시 알게 되었잖아?)
--아아, 코르디스! 나는 지금 너무 기뻐!! (여전히 물 밑에 가라앉아있는 너의 두 손을 붙잡고, 너에게 바짝 다가가 시선을 마주했다.) 정말. 항상 고 앙증맞은 머리로 무얼 생각하나, 그게 늘 궁금했는데. 이런 발칙한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응응. 걱정하지 마. 너는 어떤 모습이어도 항상 귀엽고, 멋지고, 또 사랑스럽고... ... (너의 얼굴을 한 손으로 가볍게 쓸어내리고는) 그 아이가 너를 미워할 일은 절대 없을거야.
세멜레:당연하고 말고. 감히 어떤 녀석이 널 보고 혐오스럽다고 말하겠니? (혐오, 그 단어를 짓씹뜯이 내뱉고는)
울지 마. 코르디스. 어쩌면... 내가 널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너의 두 눈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면서)
코르디스:........ 저, 정말... 요........? (훌찌락...)
세멜레:그럼. 나는 너의 파트너잖아? 우리는 둘이서 하나. 네가 안고 있는 고민은 곧 나의 괴로움인걸.(눈을 잠시 감았다가 뜨고는) 그러니까... 함께 생각해보자. 어떻게 하면 그 아이에게 용서받을 수 있을지.
후후, 후후후. 후후후....
자. 코르디스. 내게 그 친구가 어떤 아이인지.. 알려주지 않을래?
먘:북적거리는 낮 시간의
온천 내부의 뜨거운 노천 온천
껴안기 / 쇠사슬 / 사랑 이야기
달리:
(혼란의 아침 이후. 자기 방, 아니 달리의 방에서 멍하니 핸드폰만 두드리고 있다. 젠장. 비밀번호를 모르니 완전히 무용지물이잖아!)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거지? 아니. 그리고 이 녀석의 숙소는 또 왜 이렇게 좋아?! 쳇. 브링거인 나는 이상한 곳에 처박하두더니. 자기 혼자 이렇게 좋은 방에서 묵고 있었다, 이 말이지?)
(빌어먹을. 하지만 이 상황은 절대로 혼자서 해결할 수 는 없는 일이다. 어떻게 해서든 저 녀석과 연락을 취해야 하는데, 하는데... ...)
아아아아악! 대체 뭐야! (애꿎은 자기, 아니 달리의 긴 머리만 신경질적으로 긁고있다)
류트:(... 녀석이라면 뻔하지, 잠금도 걸려있지 않은 폰을 열어 제 번호를 찾았다. 그리고 보이는 '꼬맹이' 라는 이름. ) ... ... 이 한심이가.
(신경질적으로 폰을 두드려 이름을 바꾼다. '주인님' 으로. 그리고 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달리:...!(이제는 PIN 번호를 입력하라는 화면에, 애꿎은 이마만 가볍게 때리고 있었다. 그러다 갑작스레 울리는 커다란 진동에 놀라서 폰을 떨어트릴 뻔했지만, 땅에 떨어지기 직전 그것을 두 손으로 겨우 붙잡고는. 핸드폰에 쓰인 이름을 확인해보았다. 제발, 제발..!)
... ... 뭐, 비, 빈대떡--?! (빈대떡. 떡하니 떠오른 그 세글자. 그리고 이 번호. 싫어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명백히 내 전화번호가 맞다.)
(으그극, 빈대떡 빈대떡 하더니, 정말 사람 이름을 빈대떡으로 저장해놨겠다... 제 눈썹이 꿈틀거리는 것도 잠시, 벨소리가 다시금 울리자. 급하게 전화를 받았다)
...꼬맹이! 대체 무슨 짓을 한거냐!
류트:2층 오른쪽 코너, 휴게실로 나와. (제 할 말만 하고 뚝 끊어버린다.)
달리:너 대체 뭘 했길.. 어, 야. 야! 꼬맹이? (뚜-뚜-뚜-, 곧 어이 없는 표정으로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고는)
류트:(이후 휴대폰을 대강 침대에 던져버리고, 온천에 녀석이 가져온 옷들을 살펴보다가 영 마음에 차지 않아, 늘 입던 검은색 셔츠를 입었다. 휴게실에 가기 전에 주변에서 정장을 한 벌 사가야겠어. 자면서 눌려 잔뜩 뻗친 머리도 마음에 들지 않아. 정말 머리부터 발 끝까지 한심하다니까.)
(... 온천 시설의 2층 오른쪽 코너에 있는 휴게실에 가는 건 한 참 뒤였다. 왜냐면 녀석의 얼마 없는 돈으로 그나마 괜찮은 옷을 구매해야하고, 머리도 다듬어야하니까. 가는 길에 왁스를 사서 뻗친 머리를 가라앉혔다. 흠, 뭐... 이정도면 나쁘진 않아. 구매한 정장 재킷을 한 번 잡아당겨 옷 매무새를 만들었다.)
달리:(크으윽, 달리 장...! 주먹을 꽈악 쥐었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선 이 거추장 스러운 치파오부터 어떻게 해야겠어. 얘는 대체 무슨 정신으로 이런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거야? 장롱을 가득 메운 화려하고 장식적인 옷들 사이에서, 겨우- 어쩌면 전 숙박객이 두고 갔을지도 모르는- 무난한 감색 후드티와 추리닝 바지를 찾아 그것으로 갈아입었다. 머리는 또 왜 이렇게 거추장스러운지. 적당히 아래로 내려 묶어버리고는, 녀석이 말했던 휴게실로 숙소의 슬리퍼를 질질 끌면서 걸어갔다.)
... ... 대체 언제 쯤 오는거야. 사람을 불러놓고 연락도 없이.. (휴게실 옆에 있는 공공의자에 걸터앉아, 껄렁한 자세로 잠잠한 휴대폰만을 붙잡고 있었고)
류트:(아주 뒤늦게 뚜벅뚜벅 구두소리를 내며 약속했던 장소로 향한다. 화양회에서 아버지와 부하들이 쓰던 선글라스도 구해 쓰고, 저~기에 보이는 건... ... )
... ... 이, 이 멍청이, 한심이, 빈대떡, 금붕어, 빚쟁이 브링거!!
(선글라스를 확 벗고는 빠른 걸음으로 네게 다가갔다.)
내 모습으로 이 한심한 꼴은 뭐야~?!
달리:(이건, 내 목소리다! 다리도 쩍 벌리고, 팔짱을 낀 채 꾸벅꾸벅 졸다가, 휴게실을 쩌렁쩌렁 울리는 고함소리에 번뜩 눈을 떴고)
류트:(발이 습관대로 움직여 녀석의 정강이를 찰... ... 뻔했지만, 가까스로 멈췄다. 진정해, 내 몸이야. 저 한심한 모습이지만 내 몸이다.)
달리:너, 너, 너... .... !!! (너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왁스를 발라 다듬은 머리카락, 번쩍번쩍 빛나는 선글라스. 저, 정장? 저건 대체 어디서 가져온 거야?)
야!! 너 내 돈으로 옷 샀지!!!
류트:그래! 도무지 입을 옷이 없잖아! 센스하고는... 화양회 셋째 딸인 이 달리 장의 브링거라는 자각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달리:허, 허! 참나! 지금 그런 얘기나 하려고 불러낸 거냐? 야, 여기서 자그마치 한 시간이나 기다렸거든?!
류트:하긴 있으면 이런... 이런.... (네 모습을 발 끝부터 머리 끝까지 쭉 흝으면서 끔찍하단 표정으로) 이런 모습으로 돌아다니진 않았겠지.
하아... ... 그래, 이럴 때가 아니지.
달리:(기가 막혀 자리에서 일어서고는, 험상궃은 상대방. 그러니까 원래 자신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세상에, 늘 생각하긴 했다만. 정말 쬐그맣구나. 달리 장.. 목이 다 아프다.)
류트:(머릿속으로 차분하게 이것저것 생각한다. 온천으로 휴가를 온 거니까, 괜찮아. 부하들도 없고 아버님도 뵐 일 없어. '나'의 저 한심한 모습은... ... 나만 볼테니까. 으... ...)
달리:.. 뭐야. 그 재수없는 낯짝은. 내 얼굴으로 그런 표정 짓지 마. (골똘히 생각에 잠긴, 진지한 표정을 마주 보는건 역시나 기이한 감각이었다. 거울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마치 도플갱어와 대화를 하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으엑. 게다가 저렇게 멋부린 모습이라니. 원래 내 몸이지만 도저히 적응이 안 된다. ... 애초에, 어울리지도 않는다고!)
류트:재수 없긴, 네 얼굴이니까... 이건 내가 아무리 뜯어고치려고 해도 어쩔 수 없엇거든?
(*었)
... 단기간에 하는 성형이 있었다면. (중얼거린다)
지난 밤에 네가 또 뭔가 했겠지. 이 빈대떡. 당장 어제 밤에 나와 헤어지고 뭘 했는지 말해봐.
어찌되었건 돌아가는 방법은 찾아야할 것 아니야? 곧 배틀이 있으니까.
달리:하아.. (제 얼굴을 두 손으로 쓸어내리고는)
하긴 뭘 해. 들어가자 마자 곧장 침대에서 잠들었어.
너야말로. 또 화양회의 비기랍시고 이상한 물건이라도 주워온 거 아냐?
너네 조직, 종종 이상한 것들을 소포로 보내주더만.
(두 손을 후드티의 주머니에 찔러넣고는)
류트:화양회의 비기는 또 뭐야~? 그건 부하들이 내게 보낸 '생필품'이라고.
(제 얼굴로 하는 너의 그 행동, 후드티를 입은 거로 모잘라서 주머니에 손까지 집어넣어? 두 손으로 소매를 붙잡아 꺼낸다.)
... '달리 장'은 이런 행동은 안하거든?
달리:(저항하려 했지만, 역시나 힘의 차이에는 이길 수 없었다. 네게 양 손이 잡힌 채 불만스러운 얼굴로 쳐다보면서) 허, 허! 설마, 내 모든 행동에 일일히 훈수를 둘 생각이냐?
류트:크으... ... (저 표정까지, 내 얼굴로 저런 표정이라니...)
달리:내가 너도 아니고. 어떻게 네 행동을 전부 따라할 수 있겠어? 그 시간에 돌아갈 방법을 생각하는게 훨씬 낫겠다. 바보 꼬맹이.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류트:(모든 행동, 얼굴 근육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저 한심함을... 견딜 수가 없다. 분한 듯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고개를 홱 돌렸다. 보고 있을 수가 없어.)
... 그래, 네가 날 흉내낼 수 있을 리 없지.
달리:어쭈. 비효율적이라는 뜻이었거든. (입술을 비쭉거리고는)
류트:그럼 백보 양보해서, 온천은 가지마. (고개를 여전히 옆으로 돌린 채, 눈동자만 널 보고 말한다)
설마 그 몸으로 여탕에 들어갈 생각... 한 건 아니겠지?
달리:제정신이냐?! 누가 이 상태로 온천을 갈 생각을 해!! (기겁하면서 자리에서 펄쩍 뛰어올랐다)
류트:(제 어깨를 두 팔로 감싸며 의심스러운 눈으로 널 바라본다.)
... ...
달리:... ...왜 그런 눈으로 봐? (어이 없다는 듯이 툴툴거리다가)
야, 됐고. 잠깐 생각해 봤는데. .. .. 드라마나 거, 영화같은데에선 종종 이런 일 자주 일어나지 않냐? (습관적으로 머리를 긁적이려다가, 아차하고는 손을 내렸다.)
류트:... 몰라, 그런 거 안봐서. (제 어깨를 감싸던 팔을 내렸고 다시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달리:거, 그. 뭐냐.. ... 아, 이거 말로 잘 설명이 안되는데. 으윽... (몇번 입을 달싹거리다가, 너에게서 시선을 돌리고는)
... 야. 한번 안아보자.
류트:무슨 말을 하려는.. ... .. ....뭐?
(천천히 손을 올려서 제 머리께에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린다. 명백히 '너 제정신이냐?' 하는 표정.)
달리:아씨, 그러니까! (이젠 신경질이 나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다가. 망할. 내가 이렇게 설명을 못하는 편이었나? 대체 왜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건데! )
젠장! 살면서 영화 한번도 안 본 네가 뭘 알겠냐!
보통은 이러면, 알아서 원래 몸으로 돌아간다고! (휴게소라는 것도 잊어, 쩌렁쩌렁 큰 소리로)
류트:(대체 몸이 바뀐 것과 껴안는 게 무슨 상관이 있는건지. 설마, 이 녀석 그런 엉큼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건가? 아니, 껴안는 거 자체는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달리:야! 됐고 빨리 안겨!! (두 팔을 벌리고 당당하게 외쳤다)
류트:... ... 아. (내 얼굴로 저런, 저런...모습이라니.)
그래! 내가 한 번만 참는다!
달리:(누군 하고 싶은 줄 알아?! 라는 표정으로, 두 눈을 질끈 감고 있다)
류트:(도저히 저 모습을 못봐주겠단 생각에, 눈을 질끈 감아 지금의 '나'보다 작은 '내 몸'을 왈칵 끌어안았다.)
달리:(으악, 숨막혀! 이 자식. 이건 포옹이 아니라, 사람을 거의 구길 듯이 옭아매고 있잖아!)
류트:... .... ... (껴안은 채로 천천히 눈을 떠보지만 여전히 안겨있는 작은 몸, 파란 머리카락.)
... ... ..... 안돌아오잖아, 바보야~!!
설마, 배틀 때까지 이 상태라는 거야?
아니, 배틀이 끝난 후로도... 이 상태라면. (얼굴이 창백해졌다.)
(안고 있던 팔을 툭 놓으며 몸을 일으켜 널 바라본다.)
달리:... .. 으아악, 못 해먹겠어! 야 , 떨어져!! (텁텁하고 시커먼 정장과, 새옷 특유의 냄새가 코 안을 찌르고 들어왔지만. 역시 변하는 건 없었다. 빌어먹을, 영화를 믿은 내가 바보지! 네가 바보라고 비명을 지르자 마자, 펄쩍 뛰어 멀찍히 떨어지고는)
(자신을 붙잡던 팔이 떨어지자, 그제서야 허망한 표정을 짓고 있는 너와 눈이 마주쳤고)
류트:(담담한 표정으로 차분히 머릿속으로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비록 이 한심이 몸이지만... 배틀 때까지 이 몸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내가, 이 달리 장이 브링거라는 말인가?)
(내가... 브링거.)
... ... (천천히 입가가 올라갔다.)
달리:(아니, 분명히 허망한 표정을 짓던 녀석이. 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린 듯 멈춰섰다가. 이내 천천히 입꼬리를 들어올리며 미소짓기 시작했다. 아니야. 저건 미소 같은게 아냐. 흡사 얼굴에 음영을 드리우며, 당장이라고 악당의 웃음소리를 낼 것 같은 저 얼굴은.. ..)
(달리 장, 그 자체다!)
류트:... ... 뭐어, 좋아. 한심이 몸이지만 한 번 써줄게.
(습관처럼 제 머리를 쓸어넘기려고 했지만, 손에는 아무 것도 걸리지 않았다. 당연하지. 짧은 머리니까.)
달리:.... ... 너,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아까까지만 해도 침울해해더니, 갑자기 웃기나 하고는. (풋, 허공을 쓸어넘기는 녀석의 손짓이 우스워서 그만 웃음이 나와)
내 얼굴로 그렇게 웃지 말라고. (진짜 쌩양아치같잖아.)
류트:(풋, 하는 웃음소리에도 얼굴의 미소는 가시지 않는다. 셔츠 앞에 걸었던 선글라스를 펼쳐서 다시 쓰고는)
(검지로 내 이마를 툭툭 건드려 말한다.) ... 지금 그건 '내 몸'이니까, 온천에서 이상한 모습 보이면 가만두지 않을거야?
얌전히 방에 들어가있으라고, 알았어?
달리:(빌어먹을..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선글라스를 쓰니까 얼굴을 보지도 못 하겠고. 이럴때의 녀석은 가장 위험하다. 무슨 짓을 할지, 아무도 알 수 없어.)
(절정이 코앞인데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톡, 톡. 느리게 손가락을 움직여 작은 소음을 낸다. 여전히 네 쪽 한 번 시선을 두지 않고 의중을 파악하긴 힘든 눈동자가 한 차례 굴러간다.) 떨리니.
포텐티아:(분명 기사로 각성하고 나서, 실제로 전장에 서게 되는 건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 아닙니다. 제가 떨려서는 아니되지요. (제 손을 잠시 물끄러미 쳐다보다, 이내 꽈악 쥐여보였다.)
아나스타시아:그래, 네가 떨려서야 쓸까 ... (벌써 첫 전투라니, 감회가 새로울 법도 하건만 덤덤한 목소리가 이어진다. 그제서야 뒤늦은 시선이 네게 향한다.) 이리 오렴. (네게 후회와 깊게 서린 애정을 말했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평온한 목소리가 이리 올 것을 명했다.)
포텐티아:(......) 예. (천천히... 그러나 각 잡히고 당당한 발걸음으로 그의 앞으로 몇 발자국 더 다가갔다. 어떠한 의지를 담아낸 그 민트빛 눈동자는, 파도 하나 치지 않는 고요한 바다를 닮았다.)
(분명, 당신은 이 눈을 본 적이 있었겠지.)
아나스타시아:(아, 그 눈이다. 모든 게 무너져 내렸을 때 네가 꿈보다 덧없을 것을 약속했던, 그때의 그 눈.) ... 결의가, 대단하구나. (절로 우스워 터져나올 것 같던 미소를 지우며 다가온 걸 찬찬히 올려다본다.) 할 말이 있을 텐데, 안 그러니.
포텐티아:... 과분하지만, 감사합니다. (격식을 차린 감사인사를 잠깐 내뱉고는, 잠시 고개를 숙이곤 눈을 감았다.)
그렇지요, ... 시간이 되었습니다. (눈을 천천히, 떠보이며...) 허울 좋은 말 천 마디보다, 직접 행동으로써 증명해내겠습니다. 그것이... 아나스타시아 님, 당신이 그 날, 저에게 보여주신 마지막 신뢰에 보답할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의 앞에, 자세를 낮추어 한쪽 무릎을 꿇었다. 연보라색 머리카락이 천천히... 마치 보라색 꽃잎이 떨어지는 것 처럼 사뿐히 내려앉아 제 어깨에 안착했다.)
그러니 이 포텐티아, 출전하겠습니다. (무릎을 꿇어, 시선이 낮아지자 고개를 들어 제 주인을 올려다보며 깔린 목소리로 조곤조곤... 그 날, 우리가 정한 신뢰의 증표를 읊기 시작했다.)
당신의 불안을 없애기 위하여. 그저 덧 없이 사라질 한 밤의 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서, 아나스타시아 님의 기사로써, 다시금 충성을 맹세합니다.
아나스타시아:(시선이 아래로 떨어진 것도, 절로 꿇리는 무릎도. 모든 게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시간에 멈췄을 것이 분명하건만, 왜 아직도 제 자리는 더러운 쓰레기들이 굴러다니던 음습하 뒷골목의 그 자리가 생각나는 지 모를 일이다.) ... 포텐티아. (사람 발소리보다 짐승 발소리가 익숙했던 그 거리가 기억났다. 우직한 그 다짐은 허황된 꿈이었고 죄책감에 뱉은 무력한 말이라 믿었다. 그래, 그래서 내가 너를 ... ...) (팔짱을 낀 채 풀지 않았던 손이 고요하게 네 양 어깨를 천천히 되짚는다. 검이 없는 게 아쉽다 싶다가도.)
그래, 그래야지. 네 충성을 믿고 싶단다, 포텐티아. (그것이 한 줌의 잿가루가 되었다 하더라도. 내가 너를 믿고 싶어지는 건 결국 어린 날에 믿었던 얄팍한 사랑 때문일지도 몰랐다고 하더라도.)
꿈을 보여주렴, 네 하룻밤의 꿈에 어울려줄만한 아름다운 꿈을 선사해줘야 할 거란다. (미미한 미소를 달고 손을 뗀 후, 허리를 숙여 보랏빛 꽃잎이 붙은 머리칼 위로 입맞춤을 떨어뜨린다.) ... 승리의 여신이 함께하길.
포텐티아:(당신을 다시 정점으로 올리기 위하여. 그 날, 자신이 저지른 배신으로 몰락한 당신의 명예를 되찾기 위하여. 천천히 제 양 어깨를 사뿐히 짚는 손길을 그저 받아들였다.) ... 이번에야말로,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두 번 다시, 제 눈을 진실로부터 돌리는 일이 없으리라 다짐하며.) (용맹과 신앙으로 주군을 섬기라, 명예와 영광을 위해서 살아라. 언젠가 책에서 본 11세기 기사도를 담은 노래 가사의 내용이었다.)
(아아, 나의 하나 뿐인... 영원한 주인이시여.) ... 기꺼이. (이제껏 계속 조용한 무표정만을 유지하던 얼굴에 은은한 호선이 그려졌다. 자신의 의지를 한 껏 담아낸 미소. 그것은 자신이 승리하고 말리라는 확신이 담겨있었다.) ㅡ새로운 세상을 바치겠습니다. 당신의 날개가 두 번 다시는 꺾이지 않게끔.
(포텐티아. 제 이름에 담긴 의미를 당신은 알고 있었을까. 그래. 제 안에 펼쳐진 가능성은 한 없이 무한하기만 하다. 이번 결투로, 반드시 그것을 증명하고 말리라.)
아나스타시아:(이 얼마나 기껍고도 애통한 일인지. 고작 그 정점이 뭐라고, 나락에 떨어진 저를 끌어올려 정점에 올려주겠다는 허황된 꿈을 계속해서 듣는 저 역시도 제정신은 아닐 것이다.) 두 번 다시는, 날 실망시켜선 안 될 거란다. (볼 것 없는 골목 어귀에서 소원에 대해 이야기 했을 때, 꿇린 무릎 위로 서약을 했을 때. 네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이었듯이 저 역시 겨우 지푸라기를 잡은 심정이었다. 그게 덧없이 불타버릴지라도 손에 화상을 입으면서까지도 놓지 못한 건 ...) 네가 끌어올려줄 정점에서 볼 세상이 궁금하구나. (나른한 목소리가 이어진다. 은은하게 그려진 호선을 못 본 체 하며 투박한 일이라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곱고 흰 손이 내밀어진다.) 증표를, ... 티아. (네 약속이 지켜지는 날이 오면, 더 이상 네 이름 부르는 것조차 숨 막히게 괴롭지 않겠지.)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네게 빌었던 사랑을 후회하지 않아도 될 날이 올 것인지. 너무 이른 판단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생각의 꼬리를 잘라낼 수 없었다.) ... (사랑하니?)
포텐티아:(어찌나 이토록 자애로울 수 있단 말인가. 아직도 그 날의 일이 생생하다. 길 잃은 박쥐를 다시 거두어준 날 직감했다. 역시...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 외에 자신의 주인으로 어울리는 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곱디 고운 흰 손을... 조금은 거칠고 큰 손으로 조심스레 받아낸 뒤 부드러이 살짝 그러쥐면서 짧게 입을 맞추었다.)
... 증표를. 아나스타시아 님. (고개를 숙여 손을 바라보며, 나지막히 읊었다.) ... 오늘 밤은, 제 템포에 맞추어 스텝을 밟아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아아, 당신은 내게 자신을 사랑하느냐고 물었다.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던 것은 자신의 용기가 부족했기 때문이었으리라. 실망했을 그를 위해, 이번엔 이쪽에서 먼저 춤 신청을 걸기로 하자.)
(금화로 이루어진 보상을 경멸하라,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라. ㅡ정당한 권위에 순종하라.) (아직도 머릿속에선 그 노래의 가사가 맴돌았다.)
아나스타시아:(평생을 그리 도망칠 줄만 알았거늘. 여전히 기대없는 물음을 뒤로하고 예기치 못한 신청에 의외라는 양 늘 반쯤 감겨 허공만 맴돌던 눈동자가 둥글게 떠지더니 반달로 유하게 휘어진다.) 그래, 포텐티아. 오늘은 네 템포에 맞춰 밟아보도록 할까. (이러니 내가 너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깊은 골은 그만큼 믿었기에 생길 수 있는 가장 큰 상처다. 흉터를 도려내고 후벼파고 아파하면서도 너는 불쌍하게도 내 손을 놓지 못하지 ... ...)
(입술이 닿은 손을 움직여 네 투박하고 거친 손을 쥐고 일으켜 세우곤 저보다 시선이 높은 너를 바라본다. 어디 한 번 네 템포대로 해보라며, 그리 장례식 만치 검은 장치마를 잡아 무릎을 살짝 굽히며 예를 차려 인사한다.)
포텐티아:(분명 당신의 말은 창이 되어 제 몸을 꿰뚫곤 했다. 그러나 관통상에 박혀있는 것을 빼내면 출혈은 더욱 심해질 터. 그것이 자신이... 이미 몰락한 그의 곁을 떠나지 못한 이유였다.)
(함께 인사를 나눴다. 이쪽은 각지고 격식을 차린 사용인의 인사를. 저쪽은 우아한 권력자의 인사를 건네주었다. 비록 서로의 존재가 양 날의 검이라고 할 지라도, 그 날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함께 춤추자.)
(조심스레, 아나스타시아의 몸을 한 쪽 팔에 안아들고 반대쪽 손으로는 그 부드러운 손을 살짝 잡아보였다. ... 조금 머뭇대기는 했지만. 분명 양해를 구하는 눈빛도 조금은 내비췄을지 모른다.)
(하지만 먼저 춤을 신청한 것은 자신이었으니,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유연히 리드해야만 했다. 천천히, 당신의 몸이 꽃잎과 빛의 입자가 되어 제 몸을 감쌀 때까지, 당신의 그 어떤 상처도, 가시도....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 조금씩 스텝을 맞추었다.)
(불공정함과 비열함, 기만을 경멸하라. 동료 기사의 명예를 지키라.)
아나스타시아:(일개 종이 주인에게 춤을 신청한다는 걸 알면 꽉 막힌 것들이 얼마나 진노할지 뻔했다. 하지만 여긴 우리 둘만의 무대였고 그것은 변치 않는 사실이다. 조심스레 리드하는 것을 맞춰 걸음을 떼며 살짝 잡은 네 손을 조금 더 힘을 주어 잡았다.) ... 보여주렴, 티아. 네가 이뤄낼 우리의 꿈을. (희미한 미소를 뒤로하고 걸음의 끝이 바스라진다. 빛의 입자가 몸에서 떼어져나오고 네 머리칼을 닮은 보라색 꽃잎이 마구 흐트러진다. 기이하면서도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는 것이 퍽 이상해 저보다 높은 네 어깨에 낯을 파묻는다.)
(영원 같은 춤의 마지막은 꽃잎이 몰고 온 태풍으로 끝나기를.)
포텐티아:(제 어깨에 고개를 기대는, 차츰 빛나가는 아나스타시아의 몸을 손을 잡고 있던 제 손을 놓아 품에 껴안듯 감쌌다. 그리고 꽃잎이 일순, 저를 감싸고 나면 드러난 자신의 스텔라드레스는... 기장이 짧고 채도가 낮은 보라색 마이와, 검은 셔츠와 정장 바지. 빛을 받아 반짝이는 검은 구두가 돋보였다. 허리춤에 둘러진 채 앞과 뒤로 늘어진 기다란 치마와 같은 천까지 더해진 것이 어쩌면 퍽 제 주인의 분위기를 닮기도 하였더라.) (제 목에 달린 붉은 초커에 달린 펜던트를 잠시 만지작거리다 제 허리춤에 찬 벨트에 매달려 있던 라벤더빛 리볼버 두 자루를 꺼내 제 손에 쥐고는 걸었다.) (... 마지막으로,)
ㅡ 적에게서 등을 돌리지 말 것. 명심하겠습니다. (자신이 읽은 기사도의 노래, 그 마지막 가사였다.)
보라색 아네모네. 포텐티아와 아나스타시아가 출진합니다!
코르디스:
(첫, 첫 스텔라배틀...!) (떨리는 마음을 다잡고, 달빛만이 비춰지는 밤 거리를 천천히 걸었다. 분명 세멜레와, 약속 장소를 잡아 그곳에서 모든 준비를 마치고 보기로 했으니까.) (... 세멜레 양, 항상 어째선진 몰라도 어디에나 먼저 도착해 있던데, 이번에도 기다리게 해버리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세멜레:(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나무 아래. 곧 도착할 너를 기다리고 있다. 사실은 한 시간 전부터 와있었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너를 기다리는 이 시간마저 너무나도 감미로워.) (기분이 좋아 콧노래를 흥얼거리면, 곧 멀리서부터 이곳을 향해 빠르게 걸어오는 너의 모습이 보였다.)
코르디스, 이 쪽이야! (크게 손을 흔들면서, 너를 향해 웃어주었다.)
코르디스:ㅡ 아, 세멜레 양! (역시나! 또 먼저 와 있을 줄은...) (빠른 걸음을 재촉해, 아예 세멜레의 쪽으로 도도도 달려가 그 앞에 서서 숨을 골랐다.) ... 휴, 휴우... 미안해요, 마. 많이 늦었... 나요? (제 가슴께를 손으로 툭툭 쳐가며.)
세멜레:으응, 나도 막 도착했는걸. 후후, 후후후... (사실은 한 시간 전부터 와있었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너는 분명히, 깜짝 놀라서 어쩔 줄 몰라하겠지? 귀여워라,)
(무어가 그리 만족스러운지, 잠시 미소짓다가. 고개를 옆으로 조금 숙여, 보다 너의 얼굴을 가까이서 바라보았다)
--많이 긴장한 모양이네. 그렇게 떨리니?
전장에 나서는 건 나인걸. 네가 다칠 일은 조금도 없을거야.
코르디스:(헤헤... 조금은 실 없는 웃음을 흘려보내고는 다시 표정이 꽤 어두워졌다.) ... 네, 네... 당연하지요... ... 우리의 손에, 아셀트레이의... 미... 미래가... 그리고... (잠시 머뭇대더니...) ... 역, 역시... 세멜레 양... 걱정, 되니까요...
세멜레:걱정? 걱정이라... (곰곰히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이내 눈을 가늘게 뜨고 짗궃은 미소를 짓고는) 걱정 마. 내가 누구니? 너의 하나뿐인 브링거. 세멜레잖아. 파트너 하나도 지키지도 못하는 녀석은 가든에 설 자격도 없는걸. 아셀트레이의 미래도, 그리고 나와 함께할 너도. 모두 내가 지킬거야.
그러니까-.. 하나만 약속해줄래? 내가 무사히 돌아오면 그 친구 가 누구인지, 솔직하게 말해주겠다고 말야.
정말, 그 날에 어찌나 대답을 쏙쏙 피하던지. 후후, 후후후.. (물론, 그 모습도 귀여웠지만 말야)
코르디스:세멜레 양......... (어쩐지 찡하니 감동받아선 눈물막이 잔뜩 쌓인 눈동자가 더욱 반짝였다. 그럼, 그렇지... 세멜레는 믿음직스러운 파트너니까. 이제는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 같아.)
... 어, 네? (그러나 그 뒤에 돌아오는 대답은... 여태껏 계속 대답을 회피했던 바로 그거!) 으, 으음... 음... 그, 그게에... (다시 땀을 삐질 흘리며, 눈을 끔뻑이다가...) ... 으, 으음. 무, 무사히 돌아와서... 우리 소원이 이, 이... 이루어질 수 있게 되면... 그러면... 말해줄게요, 괜, 괜찮죠...? (급하게 머리를 굴려 대안을 하나 찾아내 바로 내밀었다.)
세멜레:후훗, 후후. 후..(천천히, 하지만 드디어 확실하게 말해주겠다는 대답을 들었어, 그 말을 얼마나 기다렸던지. 내 스스로 알아내는 것보다, 역시 너의 입으로 직접 듣는 걸 원해왔는걸)
--좋아, 우리. 약속하자. 내가 이 싸움에서 무사히 돌아온다면, 너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모두 내게 말해주기로. (방긋 웃으면서 너의 오른 손을 조심스레 감싸안았다. 아직도 생채기가 남아있네. 반창고로 가득한 그 손이. 이제는 그 누구에게도 상처입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렇다면, 나도 너에게 내 비밀을 한 가지 알려줄게. (천천히, 너의 오른손을 펴고는, 너의 새끼 손가락에 제 약지를 조심스럽게 걸었다)
너에게 빛나는 승리를, 그리고 영원한 행복을.
코르디스:세멜레 양의... 비밀... ... ... 조, 좋아요. (고개를 슬며시 끄덕이며 잡힌 오른손을 살짝 굽혀 손가락을 건 채로 세멜레의 손을 잡았다. 이제는 상처가 꽤 아물어 잡혀도 아프지 않았다. 그 아이의 마음 깊이 남은 상처도, 이렇게 아물어만 준다면 좋을텐데. 조금은 감상에 젖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다시 은은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손가락을 서로 걸고, 엄지까지 맞댄 손을 가만히 보고는... 조금 머뭇대더니 에잇! 하고 세멜레의 손가락, 정확히는 손가락 끝에 살포시 가벼운 키스를 해주었다.) ... 자, 자! 이, 이러면... 힘이... 난다고 들었, 거든요... (화끈 달아오른 머리를 식히려, 손부채질을 좀 하곤...) (후, 다시 침착하게.)
... 그러니 꼭... 꼭, 이겨서... 돌아와, 야 해요. ... 우리가... 원하는 것 을 얻기 위, 위해... 그 소원 을 이루기.. 위해서... ... 또, 아셀트레이의 운명이... 달려있으니까요. ... 그, 그래줄... 거죠, 세멜레 양...?
제, 제... 비밀도, ... 마저 들으셔야... 하니까요, ... 그렇죠?
... 세멜레 양을... 믿는 수밖에 없으니, 까요...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세멜레를 향한 채로 의지를 다진 표정을 내보였다.)
세멜레:(갑작스러운 입맞춤에, 그러니까. 이건, 전혀 예상도. 모, 못했는걸. 속절없이 붉어지는 얼굴에, 늘 은은하게 미소짓던 얼굴에 그제서야 무너지고) ---!! 코, 코르디스...!!
(이래서, 내가 너를 좋아하는거야. 절대로 너를 포기할 수 없는걸!)
(그제서야 똑바로 저를 바라보는 시선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너무 부끄럽지만, 하지만. 그 이상의 고양감으로, 이제는 펑 터져버릴 듯한 감각에-)
으응, 날 믿어줘. 걱정하지 마. 우리의 소원은 곧 이루어질 테니까..!
(꾸욱-- 있는 힘껏 제 엄지에 힘을 주고는, 그렇게 대답해주었다. 아, 바라건대. 시간이 멈추었다면)
코르디스:(만족스러운 대답에, 그제서야 방긋!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제 양 손으로 세멜레의 손을 잡아 마치 기도하는 것 같은 폼을 취하고는 가만히 숨을 내뱉었다. 곧장 입에서 흘러나온 이산화탄소는 달콤한 벚꽃잎의 향기가 되어 흩어졌고, 서로 맞잡은 그 손부터 천천히... 담홍빛의 꽃잎이 되어 세멜레의 손, 팔을 타고 그 몸을 포근하게 감쌌다. 마치 따뜻하게 포옹해주는 것 처럼.)
세멜레:(실은 세상이고 뭐고, 나에겐 아무런 감흥도 없는걸. 하지만, 이 스텔라 드레스-- 너와 나를 진정한 하나로 엮어주는 것. 그래. 나에게는 오로지 이 순간만이 전부야.) (우리가 오롯이 한 몸이 되어 싸우는 것. 아아, 나는 이 순간을 위해서 태어났구나. 봄날의 향긋함과, 따스한 너의 온도가 제 몸을 감싸오르는 것을 느껴며, 그렇게 눈을 감았다) (몸에 두르고 있는 것은 새하얀 드레스, 선연한 분홍빛으로 빛나는 두 자루의 레이피어를 두 손에 거머쥐고는. 화려한 꽃들이 피어나는 가든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조금만 기다려 줘. 나의 코르디스. 금방 돌아올게.)
담홍색 벚꽃. 세멜레와 코르디스가 출전합니다!
칼코스:
(온천 주변의 벚꽂길, 언제나처럼 그 품에 안겨있어요. 마침 주변에 다른 사람도 보이지 않아 우리는 이 벚나무 사이에 고립된 것 같아요)
(드디어 로즈의 첫번째 싸움... 안드로이드에게 심란한 마음이라는 게, 가능한 말일까요? 하지만 그 말이 아니면 달리 표현되지 않아요. 저도 이런 상태인데, 직접 싸우게 되는 로즈는 어떤 마음일까요. 고개를 들어 로즈를 올려다봐요.)
로즈:(벚꽃길을 걸으면서도 긴장인지 그도 아니면 크나큰 걱정을 안고 있는 건지 여러모로 근심 가득한 표정은 15살에게 어울리지 않을 텐데도, 어둑한 표정을 지우지 못하고 한참을 길을 따라 걷다가 우뚝, 멈춰선다.) 응? 왜 그래, 칼.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는 네가 보여서 평소와 다르게 조금 가라앉은 시선이 네게로 향하고 빙그레 웃는다. 마치 괜찮다는 것처럼. 꺼리는 주제를 뱉는 와중에도.) 이제 곧 첫 번째 전투다, 그렇지?
칼코스:응... ... 우리가 스텔라 나이츠로서 나가는 첫번째 싸움이야.
... 있지, 기계인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나는 '불안한 상태'인 것 같아. 로즈는 괜찮아?
(절 만든 분은 왜 제게 이런 감정을 심어두고 표정은 두가지만 프로그래밍한 걸까요. 여전히 얼굴에는 미미한 미소가 감돌고 있어요. '불안'하다고 말하는 게 이상하게 보이겠죠.)
로즈:(안드로이드에게 불안하다. 라는 말을 듣는 사람은 세상에 몇이나 될까. 불안한 감정을 느끼는 안드로이드와 그의 친구라니. 다른 사람이었으면 기계면서 웬 인간 흉내냐 말할 수 있겠지만 ... ...) 나, 도 사실은 별로 안 괜찮은 것 같아. (걸으면서 숨쉬는 법마저 까먹은 것 같았는데, 뒤늦게 큰 숨을 한 차례 크게 들이쉰다.)
나도 칼코스처럼 불안하고, 긴장되고 ... 걱정 돼. 솔직히. (전투라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평범한 아이일 뿐인데.) 우리가 승리하고 올 수 있을지, 어떨지 ... 그런 걱정이 마구 머릿속을 헤집어. 한심하지?
칼코스:(동그란 눈을 의외라는 듯 깜빡여요.)
로즈는 불안하고, 긴장되고, 걱정하는 마음을 숨기고 내게 웃어준 거구나. 로즈의 어머니가 로즈에게 그랬던 것처럼.
한심하지 않아. 로즈, 벌써 우리는 우리의 소원에 한 발자국 다가간 것 같아.
(오히려 로즈의 말에 제 불안함은 사라져요. 입가가 편하게 호선을 그려요. 이전의 표정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테죠.) 걱정은 아이든 어른이든,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인걸.
그런 걱정 하나에 두려움이 하나 있어서, 우린 나아갈 수 있을거야.
로즈:(하나 하나 무척 중요한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신중하게 네 어절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잠자코 듣는다.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고 호선을 그린 평소와 다름없는 부드러운 미소에 딱딱하게 굳은 입가가 녹아 따라 호선을 그린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그건 타박하기 위해서 묻는 게 아니었다.) 칼코스, 네 말이 맞다면 우리는 네 말대로 소원을 향해 조금 더 가까워진 걸지도 몰라.
아주 먼 미래라고 생각했는데 ... 어쩌면 우리가 원하는 건 가까이에 있겠네. (한층 무거운 짐을 놓은 것처럼 환하게 웃는다.)
칼코스:(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처럼 리듬을 타듯 흔드는 게 아니라 단호하게 한번.)
(로즈의 웃음을 보고 따라서 제 두 손으로 입가를 끌어올렸다. 회색 뺨이 어색하게 올라갔지만,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미소야.)
로즈:(어색하게 올라간 것도 내 눈에는 최고의 미소인걸, 내 친구. 내 가장 자랑스러운 친구 칼!) 우리는 나약하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구나.
모든 것이 내 잘못 같고 내 탓이라며 후회와 죄를 곱씹으며 외로운 밤을 보내지 않아도 되구나, 칼. (이토록 쉬운 것을 우린 아직도 해낼 수 없어서.) 그 날이 오면, 우리는 죄책감 없이 원하는 만큼 마음껏 웃고 떠들고 울 수 있을까?
칼코스:( 원하는 만큼 마음껏 웃고 떠드는 것 ... ... 나는 할 수 없을거야, 로즈. 그건 너와 같은 인간만이 네게 줄 수 있는 웃음이겠지? 126번의 테스트를 거쳐서 127번째로 만들어진 'chalkos'에게는 아쉽게도 두 가지 표정만이 프로그래밍 되어있었거든.)
(그래도, 나는 사람을 흉내내는 안드로이드야. 네게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일까, 아니면 나쁜 일일까? 그렇게 입꼬리를 올린 손을 내렸지. 여전히 웃으며 말할 수 있어.)
로즈가 어른이 될 때, 나도 함께 사람이 되는 거야. 그 날은 칼도 더 웃어볼게.
... 지금 로즈가 보여준 미소만큼! (고개를 힘차게 끄덕여요.)
로즈:(네가 무슨 심정인지, 그 웃는 낯 뒤로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지 하등 인간으로선 할 방도가 없어서. 그저 그 모든 걸 못 본 척 하며 웃는 게 내가 너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의였다.) ... 칼이 사람이 되면, 함께 늙어 죽자. (알아, 알아. 넌 그저 프로그래밍 된 안드로이드라는 걸. 그치만 나약한 나는 그런 진실마저 외면해버리고 싶은걸.)
(너는 분명 세월이 아주 오래 지나 관절이 녹슬고 삐그덕소리가 나고, 스크린조차 들 수 없이 나사가 헐렁인다 하더라도 그마저도 참 아름다울 거야.) 함께 늙어간다는 건,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말일 거야, 칼. 함께 늙어 죽자는 건 죽을 때까지 함께를 뜻하잖아. (덧없는 약속을 뱉고.) 이런 나약한 나여도 함께해줄 거야?
칼코스:물론이지, 로즈. (품에서 내려달라는 듯 땅을 손으로 가리켜요.)
로즈:...응! (말갛게 웃으며 조심히 땅에 내려준다.) (나보다 훨 작은 너를 내려다보면, 이따금 실수로 밟아 영영 망가뜨려버릴 것만 같았어.)
칼코스:(네 조심스러운 손길에 발이 땅에 닿았다. 그제서야 내 두 발로 서서 너를 끌어 안았다. 나는 너에 비하면 아주 작으니까 겨우 손을 끌어안거나, 발목을 끌어안는 게 내 전부겠지. 그래도 지금만큼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내 다리로 서있어.)
네가 어른이 되면 나도 어른이 되고, 네가 늙으면 나 또한 삐걱거릴 거야. 그리고 네 눈이 감길 때, 나도 이곳을 떠날게.
로즈:(있잖아, 무슨 심정으로 내려달라고 했어? 그 작고 비좁은 팔로 기껏 내 다리를 안는 것밖에 하지 못하는 너는 무슨 생각을 해?)
응, 칼. 같이 어른이 되고, 같이 늙어가자. 그리고 ... 저승까지 함께 가자. 칼은 내 소중한 친구니까, 그렇게까지 함께 나랑 있자. (몸을 굽혀 눈을 맞추는 것보다, 그저 하염없이 너를 내려다보며 그리 말했다. 손을 뻗어 살살 네 머리를 쓰다듬고, 웃었다.)
그럼 칼, 우리 함께 어른이 되자. 어른이 되어서 나약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를 구해주자. (함빡 흐드러진 벚꽃보다 찬란한 미소를 품으며 네게 손을 내밀었다.) 나약해서, 우는 것과 자책밖에 하지 못했던 나와 그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무력한 너를 구해주러 가자.
칼코스:... ...응, 우리가 우리를 구하는 거야.
(그 말을 끝으로 작은 몸 전체가 빛나기 시작했다. 마치 라이트가 켜진 것처럼 인공적인 빛 속, '어린왕자'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chalkos'의 모습은 어린왕자와는 아주 거리가 먼 모습이겠지. 차가운 회색 피부에 상처가 많은 장미 하나 제대로 끌어안지 못하는 몸이야.)
(그럼에도 나와 네가 딛고 있는 땅은 소행성 B- 612보다 낭만적이고 따뜻한 곳이야. 이 대지까지 인공적인 빛이 퍼져나가고 나의 작은 몸을 대신해 로즈를 감싸안는다.)
로즈:(우리는 아직 미숙하고 어른이 되지 못한 어린아이일 뿐이지만, 조금씩이라도 좋아. 무력한 우리를 구원하러 가자. 구하자. 느린 걸음을 내딛고 소원에 더욱 가까이 가자. 칼, 칼코스. 어리고 작고 사랑스러운 나의 어린왕자. 나는 네가 길들여버린 불쌍한 장미일 거야. 작은 소행성에 놓인 하나의 작은 장미를 기억해? 사실은 그건 장미가 아니라 ... ...)
(찬란한 붉음을 뽐낸 동백꽃 일지도 몰라.) (인공적인 빛이 몸을 부드럽게 감싸자 붉은 꽃잎이 떨어지며 그와 색이 같은, 칼코스가 하고 있던 머플러와 흡사한 것이 목에 휘감긴다. 차려입은 흰 블라우스에 베이지색의 평범한 치마. 우리가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어린 아이들.) 칼코스, 내 가장 소중한 친구! (낫이 죽음을 베어버리듯, 우리는 나약한 우리를 휘감아 놓아주지 않는 덩굴을 베어버리자. 그러기 위해 제 신장보다 큰 붉은 낫을 땅에 찍었다.)
붉은 동백. 로즈와 칼코스가 출전합니다!
달리:
(그리고, 기어이 그 날이 오고야 말았다. 우리는 스텔라 배틀이 오기 전까지 어떻게든 몸을 돌려 놓기 위해서 온갖 일들을- 영화나 소설에서 흔히 나오던 짓거리들- 전부 해보았지만 돌아오기는 커녕. 오히려 제 얼굴을 한 녀석과 껴안거나, 머리를 부딪히거나. 뭐가 되었든, 유쾌하지 못한 기억임은 틀림없다.)
(아니 ,생각해보면 저녀석.. 유난히.. 어쩐지.. 시쿤둥한 반응이었던 것 같은데. 돌아가자고 하면 말을 돌리거나, 으하하학! 하고 웃으며 어디론가 먼저 가버리고)
... 야, 너 진짜로 싸울거냐? 정말, 그 몸으로?
류트:(녀석이 해보자고 하는 건 다 해봤는데 말이지... 돌아오지 않는다. ...후후.)
달리:(이제는 기어고 스텔라배틀까지 스스로 해내겠다며, 온갖 채비를 마친 채. 당당하게 서 있는 녀석이 내 눈앞에 서있다.)
류트:뭐어,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어? 몸이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으니까 말이야, 이 달리 장이 브링거로서 가든에 설 수 밖에. (어쩔 수 없다는 듯, 말을 하고 있지만 입가는 미미하게 올라가 있다.)
... ... 배틀이 끝나도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때는 우리의 소원을 바꾸던가 해야겠지만 말이야.
(세계를 정복, '내'가 왕이 될거야. 그런데... 몸이 이 빚쟁이의 것이면 의미가 없어. 왕이 되는 건 이 달리 장의 몸이 아니면 안돼.)
달리:(허, 어쭈. 이 녀석 봐라. 내 몸을 차지해 놓고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단 말이지.어이가 없어, 머리만 벅벅 긁어대고는)
바꾸긴 뭘 바꿔. 애초에 네가 좋다고 해서 성립된 계약이었잖아?
이제와서 무르기 없기다, 달리 장.
류트:뭐어~? (이제는 이 몸에 익숙해진 건지 뻗침 머리를 쓸어 넘기며 )
그럼 내 손으로 널, 왕으로 모시라고? (이죽거리듯 웃으며, 손가락으로 네 이마를 톡톡 쳤다.)
아무리 내 몸이라지만 그건 안되지. 내용물이 달리 장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구, 한심이.
달리:아, 이거 하지 말라니까! (제 이마를 톡톡 치는 손가락을 옆으로 밀어내고는)
류트:(순순히 손을 빼서 팔짱을 낀다.)
달리:-- 흥. 여전히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처음부터 가든에 서고 싶다면 그렇게 말하지 그랬냐. (어휴, 한숨을 내쉬면서. 너를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척하면 척이지.
류트:... ... (그 말에 한 번, 눈썹이 꿈틀하고 올라간다.)
달리:(역시, 내 예상이 맞았군. 움찔하는 녀석의 반응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류트:... ...뭐라고 하는 거야, 이 빈대떡 브링거.
달리:뭐긴. 이 꼬맹이 시스가 얼마나 가든을 두 발로 딛고 싶어했는지. 이제서야 실감했다는 말이지. (제 이마께에서 손을 흔들었다. 딱 네 키는 요정도였지.)
류트:(웃음이 사라지고 묘하게, 인상을 찌푸리며 널 바라보고 있다. 우선 몸을 돌리는 게 우선이니 녀석이 하자는 대로 했더니, 아주 끝까지 기어오르네?)
하! 네가 하도 무식한 방식으로 싸우니까, 보다 못한 여신님이 내게 기회를 주신거지.
내 스텔라 드레스로서 똑똑히 보라고, 배틀 정도는 눈 깜짝할 새에 이겨서 몸을 바꿔주지. 우후후... ...
(그동안 온천도 들어가지 않고, 이 녀석의 몸에 익숙해지기 위해 방에서 단련했다. 비록 휴가가 아니게 되었지만 아무렴, 내게 중요한 건 스텔라 나이츠로서의 본문이야. )
(제 손바닥에 다른 손의 주먹을 턱턱 받아보면서, 이 몸에 익숙해졌다는 것을 체감한다.)
달리:(아주 신났구만. 지금까지는 전투 도중에 말도 못하고 어떻게 있었던 건지, 신이 나 계속해서 말을 이어가는 녀석을 보면서. 이제는 몇번째인지도 모를 한숨을 다시 내쉬었다.)
하아... ... 야, 어디 다쳐서나 돌아오지 마.
류트:(자신만만한 미소를 띄우고 있다가, 의외라는 듯 내 몸을 바라본다.)
('내 몸')
달리:너도 알다시피, 스텔라 드레스를 절대로 망가지지 않지만... 브링거는 아니니까. (괜히 먼 곳을 바라보며)
.. 그렇게 들떠 있으면 오히려 초짜라고 생각하고, 엠브레이스들이 너만 공격할걸?
절대로 방심하지 마.
류트:(그렇지. 어처피 이건 내 몸이 아니니까 좀 망가져도 괜찮은 걸. 당연한 소리를?)
내가 방심 같은 걸 할 리 없잖아. 이래뵈도 훨씬 어릴 적부터 목숨을 위협 받으며 살아온 화양회의... 아니지, 이건 다시 말해야겠어.
(여전히 묘한 웃음을 띄우며 자세를 당당히 바로 잡아 네 앞에 선다. 비록 허술하게 풀린 얼굴이지만 내 자신을 이렇게 마주하는 건, 거울을 보는 것 같기도 했고. 또 전혀 다른 상대를 마주하는 것 같았다.)
달리:회양회의 셋째 따님이자,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할 차기 후계자. 달리 장. (이제는 네가 무슨 말을 할지도 알아. 덤덤하게 제 머릿속에 떠오른 말을 내뱉고는)
류트:(마음에 안든다는 듯, 눈썹을 틀어올린다.) ... 그걸 왜 네가 말해?
달리:왜긴. 누구씨 덕분에, 이젠 싫어도 외울 수 밖에 없어서 말야.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으며, 제 앞에 당당히 서있는 너를 마주보았다. 평소보다 훨씬 더 험상궂고, 음. 더욱 화려한 차림새의 내 몸을 마주보는건 여전히 익숙하지 않지만)
이왕 배틀에 나서게 된 만큼. 네가 하고픈 건 다 하고 돌아와. 마음껏 가든을 누비고, 그곳에서 만날 또 다른 나이츠들과 함께 협력하면서... ...
화양회의 차기 주인. 달리 장이 누구인지 톡톡히 보여줘.
류트:... 간만에 제대로 말을 하네, 한심이? (피식, 웃고 입가의 당당한 웃음이 점차 짙어진다. 그리고 이제는 익숙하게 손을 내민다.)
달리:(그래, 여신의 선택이든 그렇게나 녀석이 염원하던 기회겠지. 그렇다면... 지금 녀석의 시스인 내가 할 수 있는 건, 역시.)
(이어질 싸움으로 나아갈 녀석을, 배웅해주는 것 뿐일테니까.)
류트:그래! 나는 2층 밤세계의 조직 화양회禍樣會, 장 가문의 셋째, 달리 장! 네 이름은 뭐지?
달리:내 이름은 류트 칸, 긍지 높은 화양회의 셋쨰 따님을 모시는 충직한 기사다!
(당연하게 건네진 너의 손을, 제 손으로 조심스럽게 받쳐들고는)
(음, 입을.. 입을...., 맞추려다가... ...)
류트:(... 표정이 이상해진다. 하지말라는 표정.)
달리:... ...역시, 그렇지? (슬쩍, 시선만 위로 올리고는, 손을 놓아주었다.)
(아무리 나라도, 자기 자신에게 입을 맞추는건 진짜 죽어도 못할 짓이다.)
류트:대신. (내 손을 놓는 네 손을 잡아채, 악수하듯 잡는다.)
달리:...푸하하, 하하! (평소에 안 하던 짓을 하는 그 모습이, 생경하면서도 싫진 않아서. 네가 잡아챈 손에 한번 힘을 주었다. 그리고)
류트:... ... (내 얼굴로 저렇게 웃는 건 마음에 안들지만, 그래도 픽 웃음이 나온다.)
달리:꼭 이겨서 돌아와. 어디 다치기만 해. 일주일동안 빈대떡이라고 놀려줄 테니까.
류트:진짜 싸움이라는 걸 보여주지. 네 몸은 상관 없지만, 내 실력으로 다치기도 쉽지 않아.
달리:그래. 어련하시겠어. (웃음기가 담긴 대답과 함께 눈을 감았다. 그러고보니 녀석에겐 단 한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어. 스텔라드레스로 변신할때, 시스는 어떤 기분일지. 매번 나의 든든한 방패가 되어줬던 너인데. 이번만큼은 내가 널 지키는 존재가 되는 거구나.)
(떠오르는 것은 검은 아마란서스. 두 사람이 스텔라 나이츠로 각성한 그 날부터, 서로를 단단히 엮어주던 꽃의 문장. 의식이 점차 흐려진다. 하지만 생각보다 꽤... 괜찮은 감각이라, 가끔은 시스가 되는 것도 나쁘진 않겠어. 그런 시답잖은 생각을 마지막으로. 류트 칸의 의식은 완전히 사라졌다.)
(어딘가에서 용의 울음이 울려퍼진 듯 했다. 거세게 흩날리던 검은 꽃잎들은, 마치 용오름처럼 너의 전신을 감쌌고)
류트:(눈을 감고 천천히 나를 감싸는 흑빛의 꽃잎을 상상한다. 이번에는, 네가 나를 보호해준다는 건가? 몸에 타고 오르는 용이라, 제법 괜찮은 감각이다. 마냥 한심이라곤 해도... 파트너라는 거겠지.)
(용이 몸에 둘러지고 나타난 스텔라 드레스. 원래의 '류트 칸'이 입었던 검은색 창파오와는 확연히 다른, 화려한 모습이다. 빛을 받을 때마다 광택이 흐르는 새까만 창파오의 등에는 금으로 수놓아진 용이 움직일 때마다 일렁거리고 어깨에도 금으로 된 글자가 수놓아져 있다. 한쪽 어깨를 감싸는 붉은 망토, 한 손에는 검은색 지우산을 펼쳐 들었다. 그리고 여유로운 걸음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가든으로.)
로즈:(아득한 높이에서 떨어지는 것을 멍청하게 바라보다가 강하게 밀려온 통증에 입술을 깨문다. 울고 싶지만, 참아야 돼!) 가, 감사합니다! 도움이 됐어요! (맞춰 들어온 도움에 밝게 웃고.)
라그나로스:자색 아네모네, 포텐티아
로즈:
rolling 2d6
(
4
+
1
)
=
5
라그나로스:그래, 네놈. 아까부터 계속 방해만 하고 있더군.
(이글거리는 화염과 함께 포텐티아를 바라보다)
포텐티아:... 그렇습니까? 제 손에 들린 리볼버를 다시 벨트에 차고는.)
라그나로스:뒤에서 숨는 마법사부터 처리하지, 내가 직접 뭉개 주마!
(세멜레의 머리 위를 지나, 강력한 화염의 철퇴를 포텐티아에게 휘두릅니다.)
타오르는 휩쓸기
타입
공격 / 책략
타이밍
자기 차례
효과
캐릭터 한 명에게 【공격 판정: 주사위 5개】를 행하고, 그 후 대상 캐릭터 한 명에게 【공격 판정: 주사위 5개】를 행한다. 그 후, 자기의 내구력을 2점 회복한다.
묘사
설퍼라스를 휘둘러 적들을 연속적으로 타격한다.
달군 쇠의 소용돌이
종별
이동 / 공격
타이밍
자기 차례
효과
자신이 1칸 이동한다. 그 후, 캐릭터 한 명에게 【공격 판정: 주사위 6개】를 행한다.
묘사
강화된 화염의 철퇴가 방패를 뚫으며 달려든다.
류트:칫! (동백에게 뻗어나간, 사슬을 아직 쥐고 있어 도와줄 수 없다는 듯 아쉽게 아네모네를 바라봅니다.)
라그나로스:
달군 쇠의 소용돌이
종별
이동 / 공격
타이밍
자기 차례
효과
자신이 1칸 이동한다. 그 후, 캐릭터 한 명에게 【공격 판정: 주사위 6개】를 행한다.
묘사
강화된 화염의 철퇴가 방패를 뚫으며 달려든다.
포텐티아:(...) ... 이번엔...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을까요. (수단이 떠오르질 않자 고개를 슬 내리던 것을 이내 빳빳히 들고 적수를 노려보았다.)
세멜레:큭...빠르잖아? (제 위를 훌쩍 뛰어넘는 거구를 보고 경악하고는) 아네모네, 조심해요!
포텐티아:... 어떻게든...! (이를 악물다가!)
▶:
rolling 21d6s>4
(
1
+
1
+
1
+
1
+
2
+
2
+
3
+
3
+
3
+
3
+
4
+
4
+
4
+
5
+
5
+
5
+
5
+
6
+
6
+
6
+
6
)
=
11 Successes
포텐티아:ㅡ 크윽...! (팔을 교차시켜 가드 자세를 취했으나... 생각 이상으로 강력했던 공격에 그대로 나가 떨어져 쭈우욱 뒤로 밀리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일어서려 팔을 땅에 짚어보았더니, 제 몸이 아닌 양 힘이 좀처럼 들어가질 않아 좀 부들거리다 이내 풀썩 쓰러졌을까.)
포텐티아:(살짝씩 뜬 눈꺼풀 사이로 보였던 광경은... 불길에 기사들의 꽃이 덧 없이 스러져만 가는 것이 비참하기 그지없더라.)
(... 용맹함과 명예심이야말로, 기사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덕목이리라.) 더 이상... 무대의 공포에 벌벌 떠는 일은 없을겁니다. 과거의 겁쟁이와 같았던 제 자신과는 다릅니다! 제 아무리 뜨거운 불길로 제 살을 지진다 한들, ... 이번에는 제 뜻을 절대로 굽히지 않겠습니다! (무대에서 솟아난 불길에 여기저기 그을린 몸, 어쩌면 만신창이로 비춰졌을지도 모를 상태임에도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그럴만한 이유가, 의지가 있었기에.)
(왜곡: 이모털 라이프 사용합니다!)
(내구력... 2 회복!)
포텐티아:(침착.............) (8)
(오케이 만족 )
자색 아네모네가 전장에 복귀합니다.
류트:(류트 녀석, 이런 전투를 해오고 있었던 거야? ...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도 일어나는 자색 아네모네를 흔들리는 눈으로 바라봅니다. 이내 씨익 웃어이며)
이 효과가 실행되는 시점에서 적수와 같은 가든, 그리고 그 대각선의 가든에 있는 스텔라나이트 전원에게 【공격 판정: 주사위 5개】를 행한다.
묘사
하늘에서 거대한 화염의 철퇴가 떨어지며, 직선 상의 적을 모두 태워버린다.
류트:(물러나는 벚꽃에게, 비켜주며 ) 좋은 생각이야. 이쪽은 좀 뜨거워서.
라그나로스:(화가 난듯 철퇴를 휘두르며, 뜨거운 불꽃을 뿜어냅니다.)
류트:그쪽이 아닌데, 어쩌나! (녀석의 용암이 허공을 가르는 것을 보고 푸핫, 하고 억지스러운 웃음을 내뱉죠.)
(전혀, 웃을 상황은 아니지만...)
로즈의 액션! 전조가 발생합니다.
라그나로스:보라! 불의 군주 라그나로스를!
밀려오는 파도
종별
액션 루틴
효과
모든 스텔라나이트는, 이 효과가 실행되는 시점에서 각자가 존재하는 가든의 번호와 동일한 숫자의 대미지를 받는다.
묘사
적수의 뒤로 몰려드는 용암 파도는, 무대 전역을 휩쓴다.
류트:(한 편으로는, 걱정스럽게 붉은 동백을 바라봅니다. 저 아이... 일어나지 못하는 걸까?)
로즈:(손 하나 까딱할 수 없어 이대로 영원히 어둠에 먹혀들어가도 좋았을 텐데도 움직이지 않는 손을 억지로 움직여 낫을 움켜쥐려 한 까닭은 너와 함께 살아갈 미래가 보고 싶기 때문이다.) (한 번 터져나간 숨은 겉잡을 수 없이 허겁지겁 폐를 부풀리고 쪼그라들게 만들었다. 너를 아프게 만들어서 미안해. 하지만 너와 내가 바라는 것은 분명 함께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지, 이렇게 타들어가는 곳에서 영원히 누워 잿가루가 되는 것은 아니었을 테니까.) ... 우리는, 함께 어른이 될 거야! (11월에 핀 꽃을 본 적 있어? 칼, 내 소중한 친구. 나는 너와 함께 세계를 구하고 그 꽃을 보러 가고 싶어. 그을린 뺨을 문질러 닦아버리고선 막혀 있던 숨을 토하듯 그리 소리를 내지른다. 그러니 널 아프게 한 날 용서해.)
(양 손의 총을 들어, 검지에 건 채로 몇 바퀴 빙그르르 돌려보이더니... 이내 챡! 손에 잘 잡아두고는 적수를 향해 보랏빛 탄환을 몇 개 때려박았다. 그것이 적수에게 닿는다면, 이내 겹겹히 싸여 탄환을 이루고 있던 보라색 아네모네 꽃잎들이 한번에 터지며 맹렬히 타오르는 불길을 조금은 잠재웠을까!)
(마지막 남은 부케 8장, 전부 사용하겠습니다!) (총 부스트 2개를 마지막에!)
로즈:
rolling 7d6s>3
(
1
+
2
+
2
+
3
+
5
+
5
+
6
)
=
4 Successes
류트:
(한 번더!!)
로즈:
rolling 1d6s>3
(
4
)
=
1 Success
포텐티아:(어쩌면 자그마한 총알 만으로는 부족했을지도 모르지, 그럼에도 반절 정도는 먹혀들어간 공격에 나름 만족한 듯 자랑스레 웃어보였다!)
(이런 미소를 지을 수 있던게 얼마만인지!)
▶:색색의 꽃잎이 모여 불길을 잠재웁니다. 용암은 이제 눈에 띄게 약해졌습니다.
류트:(마지막으로, 제가 허리춤의 갈고리를 던져, 라그나로스 위의 종유석을 떨어뜨립니다!)
(붉은 동백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로즈:(퍼져나간 여러 색의 꽃잎에 넋을 놔버려도 좋았다. 칼코스, 나와 같은 풍경을 보고 있어?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리며 마지막, 마지막! 한 번 더 강하게 베어버린다.)
기사의 소양
종별
공격 / 이동
타이밍
자기 차례
효과
“캐릭터 한 명에게 【공격 판정: 주사위 4개】를 행한다.”와 “자기가 한 칸 이동한다.”를 원하는 순서로 1회씩 할 수 있다.
묘사
스텔라나이트의 뛰어난 신체 능력에서 나오는 예리한 공격.
세멜레:후후, 후후후후. 그렇다면, 저도 손을 보태볼까요... ... (주먹을 쥔 손에 작게 입으로 바람을 불어보낸다. 가든 4에 점점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담홍색 벚꽃잎들은, 이윽고 로즈를 엄호하는 방패가 되고.)
로즈:(+3)
류트:
포텐티아:계속해서 가십시오, 로즈 경! (화염과도 같은 붉은 꽃의 공격을 지원하는 다른 기사들과 함께, 제 나름대로 하늘을 향해 보랏빛 꽃잎을 쏘아가며 주변의 화염을 잠재우는데 힘을 쏟았다.)
류트:가서, 전부 베어버려!!
세멜레:보여줘요. 당신의 의지를!
로즈:
rolling 9d6s>3
(
1
+
1
+
2
+
3
+
3
+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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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Successes
최후의 일격
라그나로스:안 돼! 승리는 나의 것이었거늘!
라그나로스는 마지막 불꽃을 내뿜으며
동백의 꽃잎에 밀려 가든 아래로 추락합니다.
류트:... ... 과연, 이 가든의 진정한 재앙은 따로 있었던 모양이야. 이걸 어쩌나.
(그건 나도 아니고, 불덩어리도 아니었지. 새까맣게 된 제 몸을 털어내며 붉은 동백, 로즈에게 웃어보입니다.)
세멜레:후우, (이제야 내려올 수 있겠어. 방금 전부터 조금 높은 곳에서 전투를 방관하다가. 동백이 마지막 일격을 먹인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가든으로 사뿐히 내려옵니다.)
포텐티아:멋지게... 해내주셨군요, 당신의 업적에 경의를 표합니다. (숨을 고르며, 제 벨트에 리볼버 두 자루를 철컥 꽂아넣고는 손을 털며 로즈를 바라보더니 이내 허리를 살짝 접어 숙였다.)
류트:정말... 어디에서도 지지 않을 싸움이라는거구나. 다들 굉장했는걸.
스텔라 나이츠들의 결투라, 역시! 로아테라 따위는 영영 가든 저 아래에서 못나올 거야.
(평소의 습관대로, 어깨 너머로 제 머리를 쓸어넘기려고 했지만 짧은 머리라 손은 허공만을 가른다.) ...으.
(이어 손을 고쳐 검댕이가 잔뜩 묻은 앞머리를 위로 쓸어넘깁니다.)
포텐티아:과분한 칭찬이십니다. (제 스텔라드레스에 묻은 재를 소중하게 톡톡 잘 털어보이고는... 조금 그을린 연보랏빛 머리카락 끝을 만지작거렸다.)
세멜레:(그럼에도 제 어깨에 내려앉은 검은 잿더미. 그것을 경멸스러운 시선으로 흘겨보았다가, 검댕이 아주 없어질때까지 신경질적으로 옷을 털어냈다)
(후후, 성공했어. 나의 코르디스에게, 단 하나의 오물도 묻히지 않고,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어.)
...아아. 모두들 고생하셨어요.
이리도 뛰어나신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제 치마를 사뿐히 잡고는, 가볍게 인사를 올리죠)
류트:(이제는 열기가 식어버린 종유석에 등을 기대 팔짱을 낍니다. 등이 시원해.)
나 역시, 좋은 경험이었어. (세멜레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죠)
포텐티아:감사합니다, ... 다들 무척이나 훌륭한 기사분들이셨더군요. (제 한 쪽 팔을 굽혀 제 가슴께에 오게 한 채로, 꽤나 기사다운 인사를 건네더니...)
아나스타시아:(떨어진 꽃잎에 어깨를 한 차례 털어내고선 느긋하게 벚꽃이 흐드러진 길을 따라 걷는다.) 그래서, 네가 맹세한 소원에게 한 걸음은 다가갔니.
포텐티아:예, ... 조금은. 다소 거친 수단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가든에서 퇴거하기 전 제 망막에 새겨진 것, 팔목에 선명히 새겨진 채 조금씩 사라져가던 검은 자국의 모습이 괜스레 다시금 머릿속에 떠올랐다. ... 그것은 드물게, 제 스스로가 내렸던 판단이 남긴 결과였고, 제가 저지른 짓이 미련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나 그 행동에 후회는 없었다.)
(이기적일지도 모르지만, 기뻐해주셨으면 했습니다. 아가씨. ... 오로지 당신을 위해서 이 한 몸 불살라 승리를 쟁취해냈으니.) (미처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말이 입 안에서 맴돌았다. 용맹한 기사로써 주군을 위해 전투에서 승리했으나, 한 때 사랑했던 이를 위한 용기는 좀처럼 나질 않았다. 이제 겨우 한 걸음 내딛었을 뿐이었기에, 괜한 기대감이 피어나는 것을 눈치채자 일부러 그것을 외면한 것이다. 이 얼마나 모순적인가. 기대는 실망을, 실망은 곧 절망이 되어버리곤 한다. 분명 줄줄이 이어질 감정의 변화를 미리 알아챈 자신의 감정적인 방어체계였으리라.)
아나스타시아:조금 더 기뻐해도 좋을 듯 한데. (승리를 거머쥐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기쁨도, 약간의 아쉬움도. 그런 것 하나 느껴지지 않는 표정에 지나가는 투로 가볍게 중얼거린다. 흔들리는 머리카락을 한 차례 꼬아냈다. 네가 한 선택을 모를 리 없을 텐데도.)
가까이 오렴. (그래도 네가 바란 약속의 첫 승리다. 이렇게 차근차근 가까이 다가서면 어느새 네가 맹세한 소원은 내 손에 쥐어질 것이었다. 조급해 할 일은 조금도, 정말 조금도 없었다. 그러니 이리 오라는 것처럼 손가락을 까딲 움직였다.)
포텐티아:... 그렇, 그렇습니까? (고개를 슬 숙인 채, 애써 제 팔목만 반댓 손으로 매만지며 대답했다. 어쩐지... 어쩐지, 분명 당신에게는 그저 지나가는 말이었겠지만. 복잡한 마음을 뒤로한 상태여서 그런지 긍정적이던 그 말 한 마디가 어쩜 이렇게나 달콤하게 들릴 수 있었을까.)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느릿하게 뛰는 제 심장박동에 맞추어 걸음을 옮겼다. 꽤 거리가 좁혀지자 멈춰서고는...)
아나스타시아:... 수고했어. (부드러운 목소리 끝에 미소가 실린다. 따스한 봄바람이 나부끼고 너와의 좁은 거리감이 퍽 기분이 좋아서. 한들한들 흔들리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옛날, 네게 곧잘 보여주었던 아가씨라던가, 제 신분에 어울리지 않게 자연스레 지어진 미소가 벚꽃잎 사이로 떨어졌다.) 수고했어, 티아. (티아, 정원에 폈던 꽃 봤어? 어릴 때 곧잘 물었던 그러한 물음처럼 목소리가 잔잔하게 흘러간다.)
포텐티아:(ㅡ.........) ... 방금, 뭐라고... (내가 무엇을 들은거지? 서서 백일몽을 꾸는게 아닌가 잠시 고민했었다, 그럼에도 정신이 확 들 정도로... 그 목소리, 봄 바람을 실은 양 달콤하게만 보이던 미소는 선명하게 제 망막에 비추어졌다.)
... 아, ... 아가씨... (심장박동이 조금씩 거세지고, 벌어진 입에선 자신도 모르게 혀 안쪽에만 담아두었던 그 호칭이 흘러나왔다. 괜스레 코 끝이 찡해지는 것만 같아, 팔만 만지작대던 손을 거두어 제 눈가를 손바닥으로 톡톡 찍어가며 덧붙였다.)
... 아닙니다, 이 정도야... 아가씨... ... 아가씨... (... 이런 미소를 지을 수 있던게 얼마만인지.)
아나스타시아:그래, 티아. (그 호칭으로 듣는 건 얼마나 오랜만이더라. 네 이름을 가시 하나 담지 않고 말해보는 건 또 얼마만이더라. 새롭게 다가온 감회에 작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 이름 하나 부르질 못해서, 그 한 발자국 다가서질 못해서 ...) 참, ... 멀리도 돌아왔구나. (정말 멀리도 돌아왔다. 눈가를 손바닥으로 톡톡 찍어나가며 덧붙이는 말을 듣고는 떨어진 꽃잎을 밟았다.) 아직 한 번의 승리일 뿐이니. (흘러가는 목소리가 다정했다. 웃음이 묻어 있었다. 흩어지는 벚꽃이 예뻐서. 고작 그런 변명을 덧붙이면서.)
... 믿고 있단다. (네가 나에게 보여줄 그 풍경을, 너를.)
그러니 보여주렴. 앞으로도 내 옆에서, 네가 빌었던 소원에 서서히 다가가는 게 보고 싶구나. (내가 너에게 할 수 있는 최대의 격려. 약속. 후회만 남은 애정.)
아나스타시아:(제가 이래도 되는 건지 조금 머뭇거리며 너를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네 품에 안긴다. 저번에는 작은 실수고, 사고였지만 ... 이건 명백한 제 의지대로.)
포텐티아:(혀가 아릴 정도로 입 안이 달았다. 성취감의 맛은 그렇게나 강하게 느껴졌다.) (... 나를 믿고 계신다.) (그 한 마디가 너무나도 듣고 싶었다. 제 스스로가 재앙을 향해 한 걸음 내딛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아아.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라면 그런 것 쯤이야.) (벅차오르는 감정 탓에, 숨을 한 번 들이 마신채로 산소 뿐만 아니라 내쉬어야 할 이산화탄소마저 삼키었다.)
... 실망시켜드리지 않겠다고 말씀드렸으니. 약속을 지킨 것 뿐입니다. (혹여나 목소리에 물소리가 섞여 들어갈까봐, 일부러 말에 힘을 주어 한 단어씩 내뱉었다.)
(무어라 말을 더 잇기도 전에, 제 몸을 다정히도 끌어안는 모습에 잠시 당황해 순간 손을 뻗어 밀어내려고 했으나... 손가락만 몇 번 까딱였을 뿐, 이내 덩달아 이쪽도 팔을 뻗어 당신을 제 품에 안았다. ... 이제는, 지금이라면. ... 물러서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어... 제 심장소리가 당신에게 닿길 바라며 고개를 숙인 채 당신의 목덜미에 제 얼굴을 묻고는 당신을 제 품에 감싸안았다.) (그의 어깨 위로 내려와 앉은 벚꽃잎 탓인지, 달달한 향기에 코 끝이 간질간질한 것이 썩 나쁘지만은 않았더라.) ... 아나스타시아, — 아가씨, 아가씨... ... ... (그리웠다, 이 품이 사무치게도 그리웠다.)
(다시금 속으로 결의를 다졌다, 당신을 위해 소원을 승리로써 증명하리라. — 앞으로도 계속, 나와 그대 둘이서.)
칼코스:
(우리의 첫번째... 싸움이 끝났어요. 전원이 들어왔을 때는 누워있는 로즈가 보였어요. 그 때 말은 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알았어요. 우리가 한 발자국, 어른이 되었다는 걸. )
(그렇게 한 발자국 나아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에요. 덜컹 거리는 차 안에서 저는 여느 때와 같이 로즈의 품에 안겨있어요. 창 밖의 풍경을 보다가 고개를 올려요.)
... 로즈, 자?
로즈:(승리, 라는 글자는 아직 제게는 가깝게 와닿지는 않았지만, 그 불타는 화염과 다른 브링거들의 활약을 보았을 때에는 정말이지, 너와 함께 그 풍경을 보고 싶었다. 들리지 않는 네 목소리를 상상하며, 나와 같은 풍경을 보고 있을 네 반응을 생각하면서 그렇게.)
(집에 돌아가면 걱정하고 있을 엄마에게 잘 다녀왔다고 크게 외쳐야지. 환하게 웃고, 이기고 왔다고 해줘야지 ... 하는 생각들을 하다가, 들린 목소리에 고개를 내린다.) 아니, 잠깐 생각하고 있었어. 왜, 칼?
칼코스:로즈는 직접 싸우고 온 거니까, 피곤할 것 같아서... 말을 걸어도 될까, 생각했어. (두 손으로 들고 있는 스크린에는 이어서 '괜찮아?'라고 글씨가 띄워져요.)
로즈:(네 걱정에 배시시 웃음을 그리며 꼬옥! 끌어안는다.) 으응, 전혀. 하나도 안 피곤해! (칼, 나는 네 그런 상냥함이 정말 좋아!) 돌아가면 엄마한테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었어. 분명 걱정하고 있을 테니까 ... 하나도 안 무서웠다고 이야기 해줘야지, 같은 것들?
칼코스:(36.6도, 제 몸을 껴안는 로즈의 온기에 따라서 로즈를 작은 팔로 안아요.)
(정말, 로즈는 무섭지 않았을까요? 눈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로즈와 함께 했던, 칼코스는 느낄 수 있었어요.) ... 조금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지 않을까?
아직은 로즈가 아이답게 있어도 될 거라고 생각해... (어쩐지 우리의 소원, 어른이 되자라는 말과는 정 반대의 말을 하게 되어서 볼륨이 작아져요.)
... 조금은, 아주 조금은 말이야.
(표정이 두가지 뿐이니, 제 얼굴에 이 당황한 감정이 보일 리 없을텐데, 괜히 고개를 로즈의 품에 파묻어요. )
로즈:(힘없이 작아지는 목소리는 걱정과, 내가 할 생각들을 걱정하는 걸까. 이것도 프로그래밍 되어서 그저 입력 되어 있는 대로 이야기 하는 걸까.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품에 파묻은 작고 작은 내 친구를 꼬옥 안은 채 비밀이야기를 하듯이 소곤거린다.)
사실은 조금 많이 무서웠어. (그제서야 목소리가 떨린다.) 나보다 몇 배는 더 큰 걸 보니까 아득했고, 자연스럽게 죽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고 ... (울지 않으려 강하게 끌어안는다.)
무서운 속도로 나한테 달려오는 방패를 봤을 때는, 공포감에 움직일 수 없었어. (그치만, 그럼에도 나는 ...)
괜찮았어! 그럼에도 괜찮았어, 칼. 다른 브링거들이 열심히 도와줬거든. 사슬로 잡아주고, 꽃잎을 뿌려주고. (꿈꾸듯 그리 속삭이며 웃는다.)
칼코스:(그 말에 품에서 고개를 들어, 로즈를 바라봐요. 이어지는 속삭임에 안심해서 입가가 다시 호선을 그렸죠. 작은 손으로 로즈를 토닥토닥 두드렸어요. 딱딱할테지만, 로즈의 어머니가 습관처럼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걸 따라하듯. )
(가만히 눈을 감고, 그런 로즈의 고동소리를 들었어요.)
칼코스:... 다행이다. 이 두근거림에 무서움만 남은 게 아니라서.
... 이 두근거림에 로즈가 살고 싶다고 생각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다행이야.
(두근 두근, 살아있음을 실감해요.) 나도, 그 순간에 로즈와 함께 있었는걸.
나는 안드로이드니까, 원래 두려움을 느끼지 않아. 하지만... 그 때, 로즈와 함께 인간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어. (고개를 들어 웃는 얼굴을 보이죠)
로즈:... 응, 다행이지. (도닥여주는 손길은 서툴고 딱딱하기만 했지만 그 온기가 안 느껴지는 건 절대 아니라서,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언제나 우리는 함께잖아, 그렇지? 그래서 하나도 안 무서웠어. 칼이 여기에 있는 걸. 그걸 알아서 절대 쓰러질 수 없었어. 함께 약속했잖아. (발갛게 변한 눈가를 꾹꾹 눌러 울음을 참고)
같이 어른이 되자고 했으니까. 칼이랑 볼 11월의 꽃을 기다려야 하니까. 그때까지 여러 경험을 하자. 나약한 우리를 구할 수 있게, 초조해하지 말고 천천히 다가가자. 응? 그러면 우리는 꼭 강해질 수 있을 거야.
칼코스:응, 로즈와 함께 스텔라 나이츠가 되길 잘했다고... 칼코스는 생각해.
로즈와 함께, 어른이 되는 거야. 로즈와 함께 나도 강해질거야. (무언가 계산을 한 것처럼 삐- 하는 작은 소리가 울려요. 사실 계산 같은 건 하지 않았지만) ... 이건 300.0082%의 확신이야.
(그리고 마치 노래를 흥얼 거리듯, 고개를 리듬감 있게 천천히 흔들었어요. 로즈와 함께라서, 나는 'chalkos'가 아니라 '칼'이라는 사람이 될 수 있었어요. 칼은... 이미 제 소원을 이룬 걸지도 몰라요.)
로즈:맞아. 그렇게 우리는 자랄 테니까! 한 걸음씩 어른에 가까워질 테니까. (그 믿음에 한 점 망설임도, 걱정도 없다는 듯 내뱉은 목소리가 퍽 단호하고 단단한 믿음으로 뭉쳐 있다.) ... 하하, 칼코스. 100%가 넘었잖아! (그만큼 당연하다고 말하고 싶은 걸까, 싶어서.그저 웃음을 터뜨리며 꼬옥 한 번 더 끌어안아주고 놔준다. 흔들흔들 흔들리는 고개가 네 즐거움을 나타내는 것 같아서, 따라 고개를 흔들흔들 하면서.) 봐, 칼! 벚꽃이 예쁘게 피었어. (너를 안은 채 창문가에 올려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들을 보여주며 웃었다.)
이만 집으로 돌아가자. (우리의 따스한 보금자리로 돌아가자. 나약함의 증거였던 우리의 보금자리, 우리의 집으로.)
칼코스:(로즈의 품에서, 그 풍경을 바라봐요. 하나하나 기록해가며... ) (언젠가 어른이 된 로즈에게, 전해줄래요)
로즈:
코르디스:
(짐을 싸며 돌아본 숙소는 이제 텅 비어 어쩐지 쓸쓸한 기분이 들기도 하였더라, 그래도 좀 정이 들었었는데. 이사를 가는 기분이라고 해야하나...) (적당히 제 짐을 마저 잘 꾸리고는, 다른 방에서 짐을 싸고 있을 세멜레를 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저벅저벅 문틀을 지나쳤다.)
... 세멜레 양... 짐은, 어느정도... 다 쌌나요...? (기웃)
세멜레:(처음부터 짐은 많지 않았지. 대부분의 물건은 이 근처의 가게해서 사와서 사용했으니까. 제 잠옷과 몇 벌의 옷만 이미 챙긴 가방을 들고 너의 방문 앞에 서 있었다.) (문이 열렸고, 타이밍 좋게 나타난 너와 마주치자, 화사하게 웃음지어)
코르디스~~~~! 응응.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전부 다 싸놓고, 요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어!! (고개를 몇번이나 주억거리면서, 문틀의 안쪽을 살짝 들여다보았다.)
자, 그건 그렇고... ... (여전히 멀뚱하게 제 앞에 서있는 코르디스의 어깨를 두 손으로 턱 잡고는)
코르디스:(봄처럼 따뜻한 웃음이다, 어쩐지 그 얼굴을 보고 있더라면... ... 주변 공기마저 벚꽃의 색으로 물들이는 것처럼, 당신의 향기는 짙기만 했다.) 기다리게, 해서... 미, 미안해요...
(그건 그렇고?) (... 어째 불안하게 운을 띄우는 걸 가만히 쳐다보다가... 그러나 아무것도 감이 잡히는 게 없었으니 그저 고개만 갸웃거렸더라.)
만세, 만세라... ... 역시, 세멜레의 처, 첫 승리를... 축하하는 거지요, 그렇... 죠? (제 몸을 꼼곰히 훑는 것을 바라보며 멋쩍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 브링거들이, 그런 식으로 전투를 벌이는지는 몰랐어. 나라면 절대 해내지 못했겠지. 세멜레는 역시... 강하구나.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제 어깨를 잡은 세멜레의 양 손을 제 팔을 올려 부드럽게, ... 반창고가 붙어 실제로는 조금 거칠지도 모르겠지만. 어찌되건 양 손을 다정히 잡은 채로 은은한, 그러나 화사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 세멜레 양, ... 기뻐요. 전... 무사히, ... 무사히. 돌아, 오셔서... .... 기뻐요.
세멜레:.... ....!! (그 화사한 웃음에,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화끈거려. 분명히 그 빌어먹을 엠브레이스도 짜증날 정도로 뜨거웠지만. 코르디스가 나에게 주는 열기는 싫지 않아. 아니, 오히려 너무 좋아!!) 나도, 네가 무사해서 너무나도 기뻐... 응...!! (반짝거리는 눈망울로, 자신의 손을 감싸고 있는 너의 두 손의 온기를 여실히 느끼며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몸 검사는 넘어갈 수 없어.)
(코르디스, 너의 귀여움으로 이 상황을 모면하려고 한 건 아니겠지? 아아. 정말... 내 약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니까!)
(짐짓 단호한 표정으로, 자신의 두 손을 붙잡은 너의 손에서 조심스레 제 손을 빼내었다.)
...... 그렇게 귀엽게 바라봐도. 몸 검사는 무조건 할 거니까.
(양 볼을 한손으로 꾸욱 잡고 얼굴의 이곳저곳을 살피기도 하고. - 아마 코르디스의 얼굴은 꽤나 당황한 표정일 것이다- 팔의 관절은 잘 움직이는지 이리저리 로보트마냥 돌려보고. 그리고 어디 멍 든 자국은 없는지. 부산스럽게 움직이며)
세멜레:(내가 이렇게나 안전했던 것도, 사실은 전부 네가 지켜주었던 거니까. 나도 너의 안전을 직접 확인해야 이 불안감이, 조금은 풀릴 것 같아서.)
코르디스:(눈에 띄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이쪽도 덩달아 신이 나는 것 같았다.) 수, 수고했... 어요. ... 제가 직, 직접적인... 도움을 드리지 못한 건.... 조금 아...
(말을 좀 이어가다가, 스르륵 제 손 안을 빠져나가는 세멜레의 손을 따라서 자연스레 그 시선은 얼굴까지 올라갔다.)
(... 방금 뭐라고요!?) 모, 몸 검사...? 잠, 잠깐... 세멜ㅡ (자기가 뭐라 말리기도 전에!! 이미 제 얼굴을 조물락거리기도 하고 제 팔을 이리저리 돌려 살펴보기도 하고 어쨌거나 구석구석 제 몸을 훑어보는 걸 어쩔 줄 몰라하며 그저 가만히 있었다...)
... 세멜레... 양... 이렇게까지, 안해도오오....
저... 완전, 멀... 멀쩡... 하니까요오오오.................
(그 말대로 몸은 깨끗할 것이다... 아마도.)
세멜레:(다행스럽게도 너의 짐작과 다르지 않게. 너의 몸은 상처 하나 없이 깨끗했다. 기어이 모든 몸을 구석구석 꼼꼼히 확인하고는) 하아... ... (안도인지, 어쩌면 아쉬움일지 모르는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정말이야. 상처 하나도 없이 깨끗하네... ... (다시금 너의 옷 매무새를 정리해주었다.)
응. 정말로 다행이다. 네가 무사해서, 무엇보다도 다행이야. (어느샌가 제 옆에 내팽겨쳐두었던 제 가방을 다시금 고쳐메었다)
세멜레:자. 내 볼일은 끝. (개운한 표정으로 활짝 웃으면서 답했다. 이곳 저곳, 정작 온천에서 본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봤을지도 몰라. 아마도.)
코르디스:(ㅠ) (제 셔츠를 다시 잘 꼭꼭... 목 끝까지 잘 정리하고는 짧막한 한숨을 내쉬었다. ... 그래... 날 걱정해서 한 일이라고 하니까..) (...) (... 맞나...?) (알쏭달쏭한 생각을 넘기고는 활짝 웃는 그 얼굴이 어쩐지 얄미웠지만! 얼떨결에 이쪽도 묘한 웃음을 지어버렸다...) 으, 으응... 그렇군요....
........ ............ ... 그럼, 이... 이번엔, 제 차례니까요... (팔을 뻗어, 세멜레의 양 볼을 살며시 감싸잡으며.) ... 세멜레 양이, 야말로... ... 다친 곳... 없겠,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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