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PG/2020
1/22 남행열차
하츠_AN
2020. 1. 24. 13:24
KPC : 사쿠라(하츠)
PC : 라이더(린코)
OST : 고독한 미식가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
라이더는 남쪽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싣습니다.
차창에는 빗물이 흐르고 풍경은 쓸쓸하게 얼룩집니다.
당신은 오늘이 무슨 날인지를 새삼 떠올립니다.
오늘은 바로 사쿠라의 생일이었죠...
어느새 기차가 천천히 출발하기 시작합니다.
당신은 차창에 살짝 기대어봅니다.
그런데 창 밖, 기차역에 아주 낯익은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기도 전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합니다.
전화를 받자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아, 사쿠라입니다.


당신의 대답에 사쿠라가 한숨을 푹 쉽니다.

나를 두고 갔어, 라이더.

그래요, 라이더.
그만 사쿠라를 역에 두고 기차를 타버린 겁니다.


알았어, 그럼 나중에 봐
뚝
사쿠라의 말 뒤로 이어진 통화 종료음에 당신은 퍼뜩 정신을 차렸습니다.
이대로 있다간 다시 만난 사쿠라의 속상한 얼굴을 보게 될 것이 틀림 없습니다.
메신저? SNS? 그런 차가운 현대의 문물로는 사쿠라의 마음을 잡을 수 없을 거라는 예감이 강렬하게 듭니다.
전화. 오직 전화 뿐입니다. 사쿠라와 계속 통화를 해야겠습니다.


사쿠라와 통화를 하고 싶다고 붙잡긴 했지만, 어색한 기운만이 감돕니다.
그때 눈에 웬 카탈로그가 보입니다. 사쿠라에게 카탈로그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볼까요?


괜찮아. 나는 아무렇지 않으니까
...그러고보니 슬슬 향수를 다 써가는데.
라이더, 하나 사줄래?


기준치: | 70/35/14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사쿠라에게 그러겠다고 약속하자 그녀가 조금 웃습니다.

사쿠라의 기분이 약간 풀어진 것 같습니다.



대화를 하다보면, 주위는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소리가 울리는 것이 느껴집니다. 터널 안으로 들어왔네요
터널이 끝나려면 한참 남은 것 같은데 휴대폰에서 사쿠라의 말이 들려옵니다.

터널이라 그런 걸까요? 사쿠라의 목소리가 뚝뚝 끊기고 있습니다.

폰을 이리저리 흔드는 동안, 당신의 대답은 그만큼 늦어지고

라이..도 혼자... 시간이... 하지?

다급하게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하자 시무룩했던 사쿠라의 목소리가 다시 밝아집니다
…라이더, 아무래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 ...기다...


아! 잠깐... 라이더
이것 좀 ... 메모 ... 부탁 ...
삐이이이이이이이
자, 이제 내게 불러줘


기준치: | 20/10/4 |
굴림: | 67 |
판정결과: | 실패 |
전화를 들으려고 하지만, 머릿 속에서 해골이 춤을 추고 있습니다.
아! 파피루스 아시는구나!





기준치: | 20/10/4 |
굴림: | 2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메밀국수를 만....데는... 대파...실파가...좋다..


고마워, 라이더
사쿠라의 기분이 살짝 풀렸나봅니다.
...
기나긴 터널을 빠져나와 겨우 사쿠라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집중하여 통화하려고 하는데, 별안간 간식 카트가 객실로 들어섭니다
고소하고 짭짤하고 달콤한 냄새가 섞여 납니다.
그러고보니 아침 일찍부터 기차를 타려고 서두르느라 지금까지 먹은 게 없습니다.
원래라면 지금쯤 사쿠라와 간식을 나눠먹고 있겠지만
사쿠라를 두고 와버린 이상 혼자 간식을 먹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최대한 간식에 한눈을 팔지 않고
간식 카트가 다른 객실로 넘어갈 때까지 버텨봐야겠습니다.


내가 만들어준 음식은 전부 잘먹어주지만
라이더의 취향은 들은적 없어


통화를 하다보면 간식카트가 옆으로 스윽 지나갑니다.
삶은 달걀에 사이다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러고보면, 기차에서 먹는 삶은 달걀의 맛은 각별하죠.

짭쪼롬한 계란의 그맛을 사이다의 탄산과 함께 먹는다면...

기준치: | 50/25/10 |
굴림: | 90 |
판정결과: | 실패 |
어느새 손에는 삶은 달걀과 사이다가 들려있습니다.



라이더:(폰의 마이크를 막고 사이다를 벌컥 벌컥 들이킨 다음 대답합니다.) 네, 듣고 있었어요, 사쿠라.

혹시, 간식카트에서 나 몰래 음식을 샀다거나
세이버씨도 아닌데, 라이더가 그럴리 없겠지


여기 역에선 매점을 찾아봐도 보이지가 않더라, 작은역이라 그런가...
또 한번 간식 카트가 스윽 지나갑니다.
노릇노릇하게 바싹 구워지는 이소리!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이 냄새
그렇습니다. 쥐포입니다.
한입만 넣어도 헤어나올 수 없는 그 맛이란... 갓 구운 쥐포의 맛을 더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요?


기준치: | 50/25/10 |
굴림: | 2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참았다.)
사쿠라는 지금 굶고 있을텐데, 참아야합니다.

라이더는 온천에 가면, 주로 어떤걸 먼저해?


음...라이더에 대해 물어볼게 많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질문 하려니까 생각나는게 없어


간식카트가 다시금 지나갑니다
이번에는 어떤 음식이 있을까요?
잠깐 시선을 돌려 살펴보면, 그곳에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닭강정이 있습니다.
바삭바삭하고 고소하고, 달콤하면서도 매콤하고
저것에 콜라까지 곁들어서 하나 딱! 먹는다면
얼마나 맛있을까요?


기준치: | 50/25/10 |
굴림: | 71 |
판정결과: | 실패 |
닭강정을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있나요?
당신은 지갑을 꺼내서 돈을 내던지고 닭강정을 손에 집었습니다.
몰래, 몰래 먹는다면 사쿠라도 모를겁니다.



아무래도 체할 것 같습니다.
...
이 짧지 않은 여정도 끝을 보입니다. 마침내 열차가 중간역에 도착해, 당신은 서둘러 짐을 챙겨 내렸습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저기 앞에 낯익은 뒷모습이 보입니다.

사쿠라에게 다가가려고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앞으로 쏠리는 느낌에 당신은 고개를 들었습니다.
어라? 옆자리에 사쿠라가 앉아있군요. 사쿠라는 라이더를 토닥여줍니다.





아, 그래요. 이 모든 것은 라이더의 꿈이었습니다. 다행입니다.
어느새 비는 그치고 날은 파랗게 개었습니다. 사쿠라가 자판기에서 뽑아준 음료수를 손에 꼭 쥐어봅니다.
이제부터 사쿠라와 진짜 기차여행이 시작되겠네요. 즐거운 시간 되세요!
ED.남행열차